무라카미 하루키 편의 한 예가 눈길을 끈다. 짧은 답 몇 개를 이어가는 그의 태도에 확신이 서려 있다. 얼핏 무신경하게 보이는 그 답변이 희한하게도 울림도 주고 따끔거림도 준다. 책이 처음 출간되고 유명해질 때 다른 작가들을 만나기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요, 전혀.” 당시에 작가 친구는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한 명도 없었다`고 대답한다. 나중에 친구나 동료가 된 작가가 있느냐는 물음에도 역시`아니요, 한 명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오늘날까지 작가 친구는 한 명도 없느냐고 인터뷰어가 재차 묻자 “없다고 생각돼요.” 라고 짧게 답한다.`주변 정리가 되어야 제대로 쓸 수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알고는 있었지만 저처럼 단호하게 확인까지 해주니 쓰라린 울림이 올 수밖에.
성공한 작가가 되고 싶은가? 비결은 간단하다. 혼자이기를 즐기면 된다. 일단 친구 만날 시간에 책상에 앉아야 한다. 찻잔 마주하며 인간사 궁금해 할 시간에 펜을 놀리면 된다. 괜찮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로 무작정 써야 한다. 하루키의 확신에 찬 저 단답은 이렇게 말한다. 혼자 견디며 독하게 쓸 자신이 없으면 작가되기를 포기하라고. 그런데 철저하게 혼자이기만 하면 되는 이 쉬운 방법이야말로 실천하기엔 가장 어렵다. 뭔가에 일가를 이루지 못했다면 그건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몰입도 최상인 그 순간을 유지하려면 친구조차 들이지 않을 각오가 있어야 한다. 내 글쓰기가 한참 먼 이유를 알겠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