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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총과 치안 강국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2-27 02:01 게재일 2015-02-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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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치안 강국에 속한다. 우리나라를 두고 한 말이다. 개인의 총기 소지를 금하는데다 방범 시스템도 이만하면 족하다. 가장 무서운 흉기인 총으로부터 자유로운데다, 웬만한 골목엔 CCTV까지 설치되어 있다. 금상첨화로 치안 담당 공권력도 동네마다 둥지를 틀었다. 국민 안전을 지켜주는 체계로 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그에 비해 치안 공백인 나라는 어떠한가. 잘못 엮이면 흔하디흔한 총구 앞에서 제 목숨을 씨름해야 한다. 치안에서만큼은 선후진국 구별이 안되는 나라도 많다. 못 살면 못 사는 대로 공포에 떨고, 잘 살면 잘 사는 대로 불안에 겨워한다. 치안은 총기류 개인 소유 허·불허 정책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총기류 개인 불허국에 해당하는 우리나라가 이만한 안전망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국민 된 복에 속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새다. 우리도 더 이상 총기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아니다. 끔찍한 엽총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죄 없는 세 사람이 어이없는 죽임을 당했다. 사냥용총이 이토록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맘만 먹으면 누구나 총기류를 손쉽게 만질 수 있다는 현실에 분개한다. 치안에서만큼은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한수 위라고 자부했던 그 마음을 철회하고 싶을 만큼 불안하고 불편하다.

엽총은 그 위력에 있어, 공기총에 비할 바가 아니란다. 큰 멧돼지도 한 방이면 즉사시킬 수 있을 만큼 화약 성능이 강한데다 연발까지 가능하단다. 나쁜 맘을 먹기만 한다면 충분히 인명 살상용 무기로 변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총포 화약에 관한 단속법이 있으면 뭐하나. 악용하려는 자 앞에 무용한 지침은 있으나마나다. 평범한 사냥용 총이 살상용 범죄에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그 체계를 점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엽총 관리 시스템이 아무리 합법적으로 운용된다 해도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16만 자루의 총기가 전국을 누비는 나라, 이 때문에 더 이상 치안을 자랑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선 곤란하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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