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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뭐기에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2-24 02:01 게재일 2015-02-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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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임금은 애연가였다. 나쁘게 말하면 골초였다. 그의 문집인 홍재전서에 의하면 담배는 만병통치약이었다. 더위와 추위를 막아주고, 소화와 변을 도우며, 시문을 엮고 담소를 나눌 때도 필요할 정도로 유익하지 않은 점이 없다고 했다. 얼마나 담배를 좋아했는지 흡연 장려를 하는 책문을 내리고, 대학자들을 모아놓고 `담배`를 주제로 시험을 치르게 할 정도였다.

백성에게도 적극 권했다. 이 풀이 아니면 답답한 속을 풀지 못하고 꽉 막힌 심정을 뚫어주지 못하니 담배를 백성들에게 베풀어 그 혜택을 함께 누리고자했다. 사람에게 유익한 것으로 남령초(담배)만한 것이 없다며 백성을 상대로 예찬론을 폈다. 몸 편하고 맘 녹일 수 있다면 온 백성이 흡연가로 거듭나도 좋다고 생각한 것 같다. 담배에 대한 상식이 오늘과는 달랐던 시대이니 왕의 논지는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왕이 주도한 흡연의 시대가 끝까지 유지된 것은 아니었다. 담배의 폐해를 직시한 신하들의 상소가 이어졌다. 거기에도 굴하지 않고 담배를 고수하던 왕이었지만 사회 문제로 인식되자 한발 물러 설 수밖에 없었다. 쌀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수익성을 좇아 담배농사로 전향했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담배 농사 금지 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도 왕은 담배가 얼마나 유익한데 농사를 금해야 하느냐, 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술 못지않게 담배를 좋아했던 정조 임금이 단명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국민 건강 증진 목적의 일환으로 담뱃값 인상을 실시했던 취지가 무색하게 국회 한쪽에서는 저가 담배 검토론이 흘러나온다. 흡연자 건강보다는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게 표밭 일구기에는 더 유리한 모양이다. 금연정책의 진정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국민(특히 저소득층) 부담을 그렇게 생각했더라면 미리 다른 방법을 모색했어야지 지금 와서 딴 소리다. 담배가 뭐기에 국민을 상대로 장난치나. 담배의 폐해에 대해서는 몰랐으나, 담배를 권장함으로써 백성을 위하려 했던 정조 임금의 진정성부터 배워라.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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