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길 감독 `호산나` 베를린영화제 단편 황금곰상 수상
최근 폐막한 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호산나`로 단편경쟁부문 대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나영길(32·사진) 감독은 16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전날 폐막 파티의 여파로 아침 비행기를 놓쳤다는 나 감독은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폐막 파티 전 커다란 식당 홀에 모여 식사를 하는데 빔 벤더스, 대런 아로노프스키, 봉준호 감독 등 세계적인 거장이 함께 모여서 식사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정말 뵙고 싶었던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도 만났고요.”
나 감독에게 단편 황금곰상을 안긴 `호산나`는 아프거나 다친 마을 사람을 치유하고 죽은 자를 되살리는 소년의 얘기를 다룬 25분 길이의 영화다. `호산나`는 구약성경 시편에 나오는 여호와에게 구원을 청하는 히브리어. 주인공 소년 `섭`(지혜찬)이 차에 깔려 죽은 개구리를 손에 품고 되살려 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를 통해 감독은 삶과 죽음, 구원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소년은 마을 사람들을 되살려내지만, 다시 살아난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망가진다.
나 감독은 “무기력한 그리스도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년이 계속 마을 사람들을 살리는 이유요? 일종의 책임감 아닐까요? 성경에서 여호와가 자기가 만든 인간을 대하는 태도는 애증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대홍수로 사람들을 다 쓸어버리고 난 이후에도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다시 살려놓고 피폐해져 가는 세계를 또 증오하잖아요. 신도 어쩔 수 없는 존재인 거죠 우리가.”
나 감독은 “무기력하고 치료감에 사로잡힌, 그러면서도 사실은 모든 것의 원인이 그리스도 그 자신이 아니겠는가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제 폐막식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한 심사위원은 그에게 “처음에는 영화를 보고 기분 나쁘고 싫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집에 돌아가 누웠는데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괴롭히더라. 영화적으로 완벽하고 잘 만든 다른 영화들이 있었지만 현재 내게 남아있던 건 이 영화였다. 영화의 잔상들, 영화가 던지려고 했던 정서가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날 것 자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방식 때문에” 김기덕 감독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 감독은 “어릴 때부터 김기덕 감독을 좋아했다”며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방식 자체라기보다는 내가 어릴 때 향유했던 감독이라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5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얘기를 그린 단편 영화를 촬영하고, 올해 안에 장편 시나리오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