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표준어의 범위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2-12 02:01 게재일 2015-02-12 19면
스크랩버튼
표준어일까 아닐까. 사전에 오르지 않은 좋은 단어를 만날 때 이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혼자 에너지를 소모하곤 한다. `벗장이`라는 순우리말을 예로 들자. 낯선 낱말을 발견했으니 검색은 필수. 포털 사이트의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대신 네이버용 `지식in 오픈국어` 사전을 검색하니 설명이 나온다.`일에 익숙하지 못한 바치(장인), 또는 뭔가 배우다 그만둔 사람`이라고 친절히 안내해준다.

여기서 갈등이다. 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고, 특정 사이트용 오픈사전에 나오는 낱말은 표준어인가 아닌가? 내 식 방법으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의지하기로 한다. 역시 올라있지 않은 단어이다. 의문은 깊어진다. 공인된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는 표준어인가, 아닌가?

우선 표준어 개념부터 정리하기로 한다.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고 규정되어 있다. 어느 정도 한정 지은 개념인데도 애매하기만 하다. 모든 단어 하나하나를 표준어다, 아니다로 구분해 주지 못하는 한 이런 표준어에 대한 혼란은 계속될 것 같다. 1장 총칙이 규정한 표준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은 단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단어들 중 공인된 사전에 오르지 못한 단어는 표준어가 아닌 것일까,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문다. 다시 `벗장이`라는 예의 낱말로 돌아가자. 벗장이는 표준어인가 아닌가. 나로선 모르겠다. 사전에 나오지 않으면 표준어가 아니라는 말도 이상하니 표준어라고 봐도 좋을 것 같고,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 아니니 비표준어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오픈사전에 나올 정도의 말이면 표준어로 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모든 신조어가 무분별하게 표준어 자격을 획득하는 것은 반대지만, 죽어가는 순우리말 중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사전에 등재하고, 표준어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표준어의 범위를 모르니 갑갑하고 헛갈리기만 한다. 사전에 오르지 않은 벗장이 같은 낱말은 표준어인가, 아닌가?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