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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어야 도움 된다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5-02-05 02:01 게재일 2015-02-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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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길지도 않은 생, 좋은 말만 듣기도 모자라는데 흠 잡히는 말까지 들으며 살고 싶은 이가 몇이나 될까. 하지만 꼭 좋은 말만 주고받아야 건전한 관계가 유지되는 건 아니다. 욕 좀 먹고 쓴 소리 좀 들을수록 자기성장에 도움 될 때도 있다. 가령 글쓰기 모임의 합평 시간이 그렇다. 몸에 좋으려면 쓴 약을 마다하면 안 되듯이 습작에 도움이 되려면 쓴 말도 받아들여야 한다.

오랜만에 에세이 한 편을 써서 합평자리에 나갔다. 자신이 없었다. 늘 글을 쓰면서도 글을 두려워하는 쪽인데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분야가 에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세이는 내용상으로는 자신을 까발려야 하는데다, 문체상으로는 고도의 미학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말이 쉽지 여간한 내공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다. 밑바닥까지 까고 싶다, 라는 무장해제하는 마음과 어느 정도의 장막은 치고 싶다, 라는 최소의 자존 사이의 타협물이 에세이다. 무장해제하자니 자존에 생채기가 돋고, 자존을 챙기자니 재미와 감동이 반감되는 분야가 에세이다. 그러니 에세이 쓰기가 어려울 수밖에.

초고라 각오는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많은 욕을 먹었다. 소설체 문체다, 호흡이 길다, 가르치려든다, 풀어졌다, 문장 간 유기성이 없다 등의 진솔한 평가가 이어졌다. 내 식으로 그 말들을 이어본다. `소설처럼 호흡이 긴데다, 풀어 쓴 글은 문장이 따로 놀고 꼰대기질까지!` 웃자고 한 소리다. 내 약점을 아는지라 합평해준 이들 마음이 곧 내 마음 같았다. 조심스럽지만 단호했던 그 말씀들을 감사히 받자왔다.

완벽하지 않아도 쓰는 게 행복한 사람은 써야 한다. 히라노 게이치로가`소설 읽는 방법`에서 말했다. “아무튼 계속해서 써나간다는 저돌적인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쓰고 쓰고 또 쓴 끝에 덜어낼 것은 모두 덜어내고 단지 문장만 남은 글이라는 게 작가로서 이상적인 문체가 아닐까.” 쓰는 과정에서 합평이 필요하고 욕(쓴 소리)은 쓰는 이를 크게 한다. 모두 덜어내고 문장만 남은 글의 팔 할은 욕이 만든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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