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영화 `내 심장을 쏴라`서 트라우마 가진 환자역 열연
21일 삼청동에서 만난 여진구에게 영화 속 `승민`(이민기)이 수명에게 묻는 대사(“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를 던지자 “주변에 좋은 사람은 많지만 제 인생이고 정면으로 부딪칠 사람은 결국 저 한 사람”이라는 꽤 어른스러운 답변이돌아왔다.
“저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도전할 때만큼은 생각을 많이 안 하는 편이에요.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 망설여지니까요. `그냥 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지금이니까 실수도 할 수 있고, 좌절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고…. 지금이니까 도전을 쉽게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한 `귀여운 꼬마`는 어느덧 10년차 배우가 됐다. 막연히 TV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한 일이었다. 꼬마의 낯 가리던 성격을 개선할 겸 연기 활동을 지원해 줬던 부모님이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할정도로 꼬마는 쑥쑥 성장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실제로 자신보다 12살 많은 이민기와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25살 동갑내기 환자로 분했다.
여진구는 “아쉬움은 많이 남지만 얻어가는 게 더 큰 영화”라고 했다.
“수명이가 일부러 자기 안에 갇힌 게 아닌 것처럼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가 소설 속 수명을 신경 쓰고 있더라고요. 제 몸과 행동은 영화에 맞춰서 하더라도 소설 속 수명이 고민되고 헷갈리고…. 그래서 초반에는 제 생각대로 연기하기 어려웠어요. 그러다 승민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죠.” 세상과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치는 병”을 앓는 수명은 또 다른 자아와도 같은 승민을 통해 이를 조금씩 극복해 나간다.
여진구는 “수명처럼 도망치는 감정은 아직 느껴보지는 못했는데 망설여본 적은 있다”고 했다. “캐릭터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 역할을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같이 들더라고요.
갈등도 되고 충돌도 돼요. 진짜 이 역할 해야겠다 너무 좋다 생각이 들다가도 갑자기 막연해질 때도 있고…. 내적 갈등을 느끼죠.” 그래도 못하겠다고 도망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여진구는 “지금까지는 자신감을가지고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랬어요. 촬영 초반에는 저도 모르게 (소설 속 수명에) 얽매여 있었지만 갇혀 있을 필요가 뭐가 있을까, 한번 부딪혀보자 생각했죠. 지적을 받건 칭찬을 받건 그냥 내가 표현하는 연기, 수명이라는 생각에 나중에는 힘을 빼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영화는 원작과 비교하면 수명의 비중이 작다. 수명의 트라우마 등에 대한 설명이 많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여진구는 “수명이가 어떤 증상을 전에 보였는지, 트라우마에 대한 것들이 자세하게 표현됐다면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원작이 수명의 시점에서 어둡게 있다가 밝은 곳으로 확 올라가는 분위기라면 영화는 밝게 시작하다 보니 인물도 대체로 밝은 쪽으로 표현됐다”고 설명했다.
“`내 심장을 쏴라`라는 제목은 청춘에 가장 어울리는 말 같아요. 내 심장을 쏘라고 할 만큼 자신감 있고 용기 있고 패기 있고 뭔가에 항상 부딪쳐보는…. 최고의 언어인 것 같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