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대학의 힘겨루기가 도를 넘는 느낌이다. 총장의 부재로 인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대학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러 대학이 총장의 부재 속에 대학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총장이 언제쯤 취임할 수 있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졸업식을 치뤄야 할 형편이다.
최근 교육부는 몇 개의 주요 대학들의 총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용제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특히 교육부는 법 조항을 들어서 임용제청거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 이들 대학 총장 후보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 하는 등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부 총장후보자들은 1심에서 승소하였고 교육부가 항소하는 사태로 교육부와 대학의 힘겨루기는 점입가경의 모습이며 이는 대학의 운영을 더욱 피폐화 시키고 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정상적으로 선출한 총장 후보자들의 임용제청을 이유조차 밝히지 않은 채 잇따라 거부하면서 갈길바쁜 대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현재 강도 높은 대학구조개혁이 본격화되면서 경영을 책임진 총장의 자리를 마냥 비워둘 수 없는 해당 대학은 한숨을 쉬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제공한 `4년제 대학 총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올해 총장 임기가 마무리되거나 총장이 공백인 대학은 59개교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대학들 모두가 올해 새 총장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의 임용제청거부와는 별도로 대학교수회와 이사회의 갈등도 여러 대학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 대학은 총장 선출 과정에서 종단 외압논란이 불거져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해당 대학 이사회는 3명의 총장 후보 중 현 총장에 이어 총장 후보의 교수마저 종단 개입에 반발하며 잇따라 사퇴하자 스님교수 단독으로 남은 상태에서 선임절차를 그대로 진행할 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학의 구성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총장 연임을 둘러싼 이사회 또는 이사장과의 갈등도 마찬가지이다. 교수협의회 또는 교수평의회의 목소리를 쉽게 수용하지 않는 이사회와의 갈등은 최근 여러 대학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대학 특성화 대학들에서 교수회와 이사회 또는 이사장과의 의견 차이는 최근 몇 년간 화두가 돼 왔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나 재단이사회와 교수회의 마찰은 결국 교수집단의 지성을 존중하기 보다는 교육부나 이사회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선출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의 근원에는 교수들의 의견을 집단 이기주의로 보는 관점에 있다.
필자 자신도 사반세기를 대학에 있으면서 교수들의 집단 의견이 교수 이기주의일까 아니면 객관성이 있는 의견일까하는 생각을 깊이 해보았다. 모든 인간은 자기 형편을 대변하는 이기주의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그룹이 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집단 이기주의는 결코 대다수의 의견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더구나 지성을 대표하는 대학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교육부나 이사회는 교수들의 의견을 절대 집단 이기주의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오히려 교육부나 이사회가 그들의 이익을 위해 대학을 또는 그 구성원들을 희생시키고 있지 않나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수장은 총장이겠지만 대학의 생산성은 교수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화합과 의욕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러한 화합과 의욕은 교수나 구성원들이 원하는 총장 밑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학이 그리고 교수들이 선택한 총장에 대한 임용거부를 하고 있는 교육부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교육부는 교육부가 원하지 않는 총장을 선택한 대학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러한 의견차이가 나오는 이유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교수들과 대학 구성원들에게 좌절감을 안기는 임용거부나 입맞에 맞는 총장 선임은 교육부나 대학 이사회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교육부와 대학의 힘겨루기는 민주적인 대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즉각 종식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