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0교시` 배창환 지음` 한티재 펴냄, 168쪽
시인인 배창환 포항장성고 교사가 경주여고에서 시 창작수업을 한 학생들과 함께 엮은 `지금은 O교시`(한티재, 168쪽, 9천원)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나 자신과 가족, 학교뿐 아니라 마을과 세상, 자연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쓴 77편의 시들이 주제별로 나눠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교과서에 실린 시들은 훌륭하지만 청소년들의 실생활과 거리가 먼 주제들이 많아 청소년들이 가까이 하기 어려운 문학 장르였다. 시의 구조와 표현상의 특징을 배우고 문제를 풀며 시험에 출제될 만한 작품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보통의 시 접근법이다.
배 교사와 학생들은 다른 방식으로 시를 공부했다. 직접 시인이 돼 시를 써보며 자기 발견과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삶의 진실과 자아의 탐구`라는 주제로 진솔한 표현을 구하되, 엉뚱한 말장난이나 관념적인 유희에 빠지지 않는 시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문장을 가다듬고 제목을 정하기까지, 한 편의 시가 완성되는 과정을 통해 이들은 시가 주는 내적 기쁨과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었다. 그래서 시 쓰는 밤이 행복하고, 외롭고 고독한 날에도 시로 위안을 삼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시집에 실린 학생들의 시는 난해한 문장이나 화려한 수식어가 없다. 주제도 평범하리만치 일상 속에서 찾은 것들이다.
시집 제목의 0교시는 1교시 정규수업 전에 하는 보충수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수업방식으로, 현실은 많은 아이들이 꾸벅꾸벅 조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그대`를 하나씩 가지고 앉아 있다. 그것이 스마트폰이든, 학원이든, 독서실이든, 아침 일찍 불려 나와 어쩔 수 없이 앉아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세 줄로 표현되어 있다.
현재의 입시제도 속에서 내일의 `집`이나 오늘의 `삶`을 돌아보고 생각해볼 마음의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시를 통해 우리는 청소년의 눈에 비친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그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시에 나타난 그들의 삶과 세계를 엿보는 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살피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인 것이다.
배창환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아이들과 함께 시를 읽고, 시를 가르쳐야 한다”며 “이 시집은 요즘 아이들이 어떻게 시를 손에 쥐고 힘껏, 혹은 우아하게 벽을 넘는 지 우리는 살며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배창환 교사는 1955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세계의 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잠든 그대`, `다시 사랑하는 제자에게`, `백두산 놀러 가자`,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겨울 가야산`등과 시선집 `소례리 길`과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등이 있다. 대구작가회의 회장과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지냈다.
/정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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