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최근 4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의 마지막 장면은 똑같았다. 삼성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고, 류중일 감독은 환희에 찬 얼굴로 코칭스태프와 악수를 나눈 뒤 선수들의 헹가래로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승장 인터뷰를 마치며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서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2015년 한국 프로야구의 마지막 경기. 승장은 또 류중일 감독일까.
류 감독은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올해도 같은 신년 소망을 말한다”며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삼성 사령탑으로 부임해 지난해까지, 4번의 시즌을 치르며 모두 우승을 차지한 류 감독은 여전히 우승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목표는 똑같지만, 과정은 다를 것”이라고 말한 류 감독은 “매 시즌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래도 우승했고, 올해도 우승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15년을 시작하는 날, 류 감독은 걱정과 자신감을 동시에 품었다. 그는 “2015년은 정말 위기다, 위기”라고 읊조렸다. 하지만 류 감독은 매년 위기를 극복했고 정상에 섰다.
“선발 배영수가 빠졌고, 중간에서 훌륭한 역할을 한 권혁도 없다. 1선발 릭 밴덴헐크도 없다”고 공백을 걱정하던 류 감독은 “우승을 하려면 투수력이 중요하다. 빠져나간 투수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올 시즌 가장 과제이고, 결국 감독인 내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어 “올해 프로야구는 팀당 144경기로 경기 수가 늘었고, 변수가 많다”며 “우승 경험이 많은 우리 선수들은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류 감독의 승리욕을 자극하는 것도 있다. 한국시리즈 최다 연속 우승 기록과 대구시민야구장의 마지막 시즌, 두 가지다.
삼성은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다음 목표는 해태 타이거즈가 기록한 한국시리즈 4연패(1986~1989년 4년 연속)를 뛰어넘는 `한국시리즈 5연패 달성`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삼성이 홈구장으로 쓴 대구시민야구장은 2016년부터 신축구장에 자리를 내준다.
대구시민야구장에서의 마지막 해. 류 감독은 “삼성 팬과 나에게 정말 특별한 장소”라며 “대구시민야구장에서의 마지막 시즌, 꼭 우승을 차지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시민야구장 곳곳에 류 감독의 추억이 담겨 있다. 1987년 삼성에 입단한 류 감독은 신인 때부터 `삼성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라는 찬사를 받았고, 1999년 시즌 종료 후 은퇴할 때까지 명 유격수의 명성을 드높였다.
지도자 생활도 대구에서 했다. 2000년 삼성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2011년 삼성 사령탑에 올랐고 누구도 이루지 못한 통합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류 감독은 이제 명장으로 불린다.
팬 페스티벌이 열린 11월 22일, 류 감독은 팬들 앞에서 “개인적으로 28년을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뛰었다. 29년째이자 마지막이 되는 2015년에도 우승하겠다”고 약속했다.
류 감독은 지인들에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통한다. 그는 “야구 인생을 함께해 온 대구시민야구장과의 약속도 꼭 지키고 싶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