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 `미생` 종영 기념간담회서 솔직담백한 이야기 풀어놔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이면서 지난 20일 종영한 tvN 드라마 `미생` 주인공 장그래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임시완(26)의 이야기다.
“이른바 프로 가수 세계에 입문하고서 바둑으로 치자면 스스로 필요하지 않은 돌,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돌이라고 많이 느꼈어요. 저는 스스로 정말 장그래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생`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장그래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의무감이라고 해야할까요. 제가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임시완은 “드라마 촬영 초반만 해도 제가 현실 속 장그래이기에 시청자들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미생` 종영을 기념해 서울 마포의 한 고깃집에서 기자들을 만난 임시완은 장그래처럼 두 손으로 마이크를 조심히 쥔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점점 제 연기 하나하나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시청자들을 발견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제가 감히 장그래입니다`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저보다는 이 드라마에 공감했던 모든 시청자가 장그래였던 것 같아요.”
장그래는 극 중 사수인 김 대리(김대명 분)의 지적처럼 “요새 보기 드문 청년”이다.
드라마는 이력서에 한 줄 넣을 경력 하나 없고 비빌 언덕 한 곳 없는 장그래가 말로만 낙하산 인턴이 돼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직장 사무실 풍경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직장인으로 살아본 시간이 없는 임시완은 마음속으로 끝없이 무너지다가도 끝까지 버티어 내는 신입 사원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는 고민이 이어졌던 가수 시절 당시의 경험 덕분에 장그래의 감정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프리퀄까지 포함해서 약 5개월 동안 스스로 장그래라고 생각하며 살았다”는 임시완은 “장그래와의 싱크로율을 따지자면 후하게 80% 정도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시완은 직장인 친구들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직장인의 삶이쉽지 않겠다고 짐작하기는 했지만 `미생`을 촬영하면서 그들의 애환이 정말 크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 애환은 제가 감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사회라는 게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걸 깨달았어요. 정의를 외면하거나 눈치를 봐야 할 때도 있고 당연하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릴 때도 있고요. 직장은 그런 모습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단체인 것 같아요.” 연습생과 프로 가수로 활동할 때 전공(기계공학)을 살려 직장인으로 사는 길도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그는 “지금은 자신이 없다. 이 상황에 감사하면서 살도록 하겠다”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지난 2012년 사극 `해를 품은 달`로 연기를 시작한 임시완은 드라마 `적도의 남자`와 영화 `변호인`, 드라마 `트라이앵글`을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미생`을 통해 누구나 아는 배우가 됐다.
임시완은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 안도감이 제일 컸다”면서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인기는 갈수록 치솟았지만 임시완은 그런 분위기 때문에 “즐기기보다는 버티는 일의 연속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미생` 촬영 현장에서 배우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연기에 미친 사람들이라는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제가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그걸 뛰어넘는 열정, 또 그 열정도 뛰어넘는 무언가를 가진 분들이었어요. 특히 중후반부터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제 연기 밑천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서 아등바등했어요.”
임시완은 “그렇게 제 한계를 느꼈기에 앞으로 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면서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저 역시 미생임을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