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족끼리 왜이래` 강은경 작가… 시청률 고공행진 40% 눈앞
“엄마가 아닌 아빠를 주인공으로 한 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사연 때문이에요. 저희 아버지가 폐암으로 2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아버지가 볼만한 드라마를, 아버지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차곡차곡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시대의 감성과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계획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되는 놈은 뭘해도 된다`더니 그렇게 준비해서 내놓은 작품이 시청률 40%를 코앞에 두고 있다. KBS 2TV 주말극 `가족끼리 왜이래`.
영화 `국제시장`, `인터스텔라`의 흥행과 더불어 부성애를 강조한 작품들이 트렌드가 됐다는 분석이 이어지는데, 시류에 영합한 것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가족끼리 왜이래`는 결과적으로 지금 시청자가 원하고,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홀로 3남매를 키운 아버지 차순봉이 이기적인 자식들을 상대로 불효소송을 제기하는 이야기인 `가족끼리 왜이래`는 지난 21일 전국시청률 38.7%(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월 떠들썩하게 막을 내린 MBC `왔다! 장보리`의 최고 기록인 37.3%를 넘는 성적. `가족끼리 왜이래`는 내년 2월까지 방송되니 시청률 40%를 넘는 것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무엇보다 `가족끼리 왜이래`에는 방송가에 널리고 널린, 그리고 `왔다! 장보리`가 그 정점을 찍었던 막장 코드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손가락질할 필요 없이 지금의 흥행에 기꺼운 마음으로 박수만 쳐주면 된다는 게 무척 반갑다. 게다가 주말안방극장에 어울리는 유쾌한 코미디를 적극 내세우고 있어 순간순간 웃음보가 터진다.
`가족끼리 왜이래`의 강은경(43) 작가를 최근 그가 살고 있는 동부이촌동에서 만났다.
그는 “정말 이 배우들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드라마가 사랑받지는 못했을 거다. 아니,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드라마의 인기를 배우들의 공으로 돌렸다.
-시청률 가뭄 시대에 보란듯이 고공행진이다. 시청률이 어디까지 갈 것 같은가.
△전혀 모르겠다. KBS에서도 아무말 안한다. 다만 2회 정도 연장해달라는 요청은 최근 받았다. 시청률은 모르겠지만, 팀워크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건 확실하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좋은 것 같다. 바쁜 미니시리즈와 상대적으로 좀 여유가 있는 연속극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우리 팀이 정말 잘 논다. 회식을 자주 하고 할 때마다 나한테 회식 사진을 보내온다. 나는 회식에 못간다. 마음이 약해서.(웃음) 대본 쓸 때 배우들을 만나면 마음이 약해져서 쓰려던 대로 못 쓸 수도 있어서 안 나간다. 배우들의 얼굴을 직접 보면 이 배우, 저 배우 다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나.(웃음)
-왜 불효소송인가.
△우리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아버지가 볼만한 드라마를, 또 아버지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아닌 아빠를 주인공으로 한 건 순전히 그러한 내 개인적인 사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데 하나씩하나씩이야기가 쌓여갔다. 그러다 부모가 자식에게 전재산을 줬다가 버려진 사연 등이 하나둘씩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제 써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자식이 일방적으로 나쁜 것도 아니다. 차순봉 3남매는 각자 사연과 이유가 있다.
△자식도 나쁘게만 그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상황이 안 좋은거다.
차순봉 세대는 배가 고파서 무조건 성공하는 게 목표였지만, 그렇게 해서 키운 자식들은 좀더 높은 가치를 위해 살길 바란다. 그런데 여전히 돈, 돈 하고 있는 자식들을 보니 기가막히고 안타까운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살기가 팍팍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 자기 삶에 치여 산다. 나쁜 애들이 아닌 것이다. 각박하게 사는 자식들에게 “니들이 독립운동을 하냐”고 핀잔을 주지만, 자식들은 “우린 그런 심정으로 살고 있다”고 답한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서운한 게 많지만 강심이도, 강재도 그만큼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이 정도나 된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누구는 날 때부터 부잣집에서 태어났거나 누구는 아예 재벌집 자식이다. (불효소송을 제기하긴 했지만) 자식들의 지금 모습은 그들이 나빠서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나쁘다, 좋다 이분법으로 쓰지 않았다. 부모와 자식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써보자 했다.
-드라마를 통해 하고싶은 말은 뭔가. 등장인물 모두 열심히 사는데 살다보면 허망하고, 어떻게 살아야할까.
△글쎄, 내가 과연 결론을 낼 수 있을까. 삶을 바꿀 수는 없지 않겠나.
내가 전작인 `구가의 서` 쓸 때까지 한번도 쉬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구가의 서` 쓰고 몇개월 쉬어보니 쉬어지더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내가 달라진 것이다. 아버지 아프실 때 `영광의 재인` 쓰고 있었는데 매일 병원을 가다가 대본 넘긴다고 하루 딱 안 갔는데 그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반짝 의식을 찾으셨다. 그걸 일한다고 안가서 못 뵌 것이다.
차순봉이 자식들에게 암투병 중인 것을 말하지 않은 건 남은 시간 그냥 오늘을 살고 싶은 것이다. 아프기 때문에 그 삶에 변화가 오는 게 싫은 것이다. 매일매일 똑같지만 또 매일매일 새롭게 만드는 게 인생이고, 대사에도 있듯 “니들이 놓치고 있는 오늘이 결국 또 니 인생”이다. 각자 몫인 거다. 정답이 없는 게 인생 아니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