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한평생` 정규영 지음 창비 펴냄, 292쪽
다산의 현손(玄孫) 정규영(丁奎英)이 다산 사후 85년이 지난 1921년에 편찬한 다산의 일대기 `사암선생연보(俟菴先生年譜)`가 `다산의 한평생 : 사암선생연보`라는 제목으로 완역 출간됐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귀양에서 돌아온 뒤 회갑을 맞은 1822년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이라는 책을 썼다. 그간 자신의 삶을 돌아본 일종의 연보였다. 그동안 다산의 `자찬묘지명`이 `연보`를 대신해왔으나 이는 그가 환갑 때 작성한 것이어서 서거할 때까지 15년간의 행적은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이 공백은 1921년에 이르러서야 채워진다. 다산의 고손자 정규영이 다산의 가계와 행적을 연월 순으로 기록하고 대표 저술의 주제와 서문을 수록한 `사암선생연보`(俟菴先生年譜)를 편찬하면서 정약용의 `공식 연보`가 비로소 완성됐다.
다산이 환갑 때 작성한 `자찬묘지명`에는 실려 있지 않은 환갑 이후 15년간의 행적까지 담은 다산 가문의 공식 연보인 셈이다.
정규영은 다산이 남긴 저술에 특히 주목했다. 그는 다산의 생애를 두고 “육경사서(六經史書)의 학에 있어서 `주역`은 다섯 번 원고를 바꾸었고 그 나머지 구경(九經)도 두세 번씩 원고를 바꿨다”고 썼을 만큼 저술에 전념한 측면을 강조했다.
다산이 남긴 대표 저술의 서문이 거의 수록돼 있어 연보만으로도 다산의 학문 전반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출생부터 서거할 때까지 다산의 가계와 행적도 충실히 기록됐다. 18세기 말~19세기 초 정치적 상황, 다산의 관직생활과 인간관계, 유배 전후 상황, 인간적 면모, 만년의 집필활동 등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역사적 사실들을 제공한다.
이 책은 사상가이자 시인인 다산 정약용의 굴곡 많은 한평생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또한 방대한 다산 저술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다산사상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다산 저술과 사상의 흐름을 꿰뚫는 사료적 가치가 풍성한 연보로, 지극한 도(道)를 추구하는 다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다산 입문서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사암선생연보`는 과거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간행한 `국역 목민심서`, 한문학자이자 다산 전문가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다산시 연구`에 부록으로 실려 소개된 바 있다.
송 교수는 자신의 `다산시 연구`본을 토대로 오역을 바로잡고 역주를 보완해 `다산의 한평생: 사암선생연보`라는 별도 책으로 다시 펴냈다. 과거 연보가 실린 `다산시 연구`도 개정증보판으로 함께 출간됐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