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갑질도 배우는구나.` 라는 단상이었다. 이국에서 온 그녀가 처음 일을 배울 때 혹 누군가로부터 저런 `갈굼`을 당하지 않았을까. 못된 시어머니 밑에서 배운 며느리는 못된 시어머니가 될 공산이 크다. `반면교사` 하기보다 `모방하기` 전법을 따르는 건 얼마나 익히기 쉬운 학습법인가. 자신이 당한 설움을 고대로 어리바리하고 순진한 아르바이트생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달콤한 복수인가. `더 약자인 동료`를 괴롭혀 내 아픔을 위로받기엔 얼마나 적절한 보상인가.
`어눌한 일솜씨`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저래도 되나, 하고 걱정하고 있는데 옆 친구가 거들었다. “괜찮아, 일주일만 지나면 저 관계도 역전될 거야.” 그때 얼음덩이 하나가 어깨를 세게 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그 일주일 뒤 자신의 운명을 그 이방인은 진작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통 기한 촉박한 권력의 맛을 가장 실감나게 소진하기 위해 그미는 저토록 발악에 가까운 갑질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저 순진한 천사도 언젠가는 초강력 여전사임을 마다하지 않는 자신을 능가하게 되리라는 원초적 두려움 같은 것, 그것이 그녀를 거친 언행으로 내몬 것은 아닌지. 애초에 불공정한 게임에 들어선 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는 갑질을 배우는 것 밖에 없었으리라는 이 당혹감.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