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7주년을 앞둔 지난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었던 이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거센 논란이 일었다. 통수권자가 자국의 땅을 밟은 일이 나라 안에서 갑론을박되는 부끄러운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 청와대는 “`지방시찰`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행에 대해 적게는 66.8%(리얼미터)에서 많게는 84.7%(한국리서치)가 지지를 나타냈다.
`보수`와 `진보`로 쫙 갈려 정치판 흉내를 내고 있는 언론들은 찬반으로 갈려 격론들을 쏟아냈다. 보수언론들은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대해 `잘했다`는 칭찬과 더불어 일본의 반발에 대한 지혜로운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나 진보언론들은 일본의 `분쟁지역화`전략에 놀아났느니, 국면전환을 위한 졸속행보라느니 난도질 치며 비난 퍼붓기에 열중했다. `독도`의 눈물마저, 이념으로 떡칠된 유치한 청백전 마당에 정쟁의 희생물로 내동댕이친 우리의 참상을 교활한 이웃나라 일본은 맘껏 비웃었다.
정부가 일본의 거듭된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서 지난 2008년 내놓은 대책의 하나인 `독도입도지원센터`건립과 관련, 시설공사 입찰공고를 열흘 만에 갑자기 거둬들이는 등 사실상 백지화했다. 일본 관방장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는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여러 레벨에서 주장해왔기 때문에 건설계획이 중단된 것”이라고 뽐내듯 말했다.
작금 최악의 한일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일본군 성노예, 독도 등 양국 사이에 놓인 현안들에 대한 일본의 후안무치한 도발 때문이다. 극우세력들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 문제들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면서 끊임없이 덧나고 악화된 성격의 갈등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의 뜬금없는 선택은 일본이 모종의 중대한 조건을 은밀히 내건 여파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부른다.
아무리 미워도, 일본이 함께 가야할 이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랜 냉동기를 맞고 있는 한일관계를 서둘러 해동해내야 할 막중한 책임을 걸머진 박근혜정부의 부담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6년씩이나 기정사실화돼온 입도지원센터 건립을 하루아침에 뒤엎은 결정은 일본에게 `가장 나쁜 신호`를 주었다는 점에서 최악의 정책미스로 읽힌다.
이제 우리 정부가 시설공사를 당초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또 뒤집으면, 일본은 그 전보다 훨씬 더 강한 반발을 노골화할 게 분명하다. 기존 계획대로 추진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심각한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게 빤하여, 그러잖아도 갈팡질팡 외교적 망신을 자청해온 `독도`정책이 아주 만신창이가 될 공산이 크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정부의 이번 정책결정은 정말 섣부른 선택이었다.
헛김 빠지는 현상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진보언론이 사설을 통해 정부의 선택에 모처럼 박수를 치며, `한국 외교의 대참사`·`굴욕 외교`라는 야당의 비판을 거꾸로 씹어댄다.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은 종래의 “`분쟁지역화`전략에 놀아난다”는 논리를 또 다시 동원해 입도지원시설 반대주장을 펼친다.
정부의 정책변경이 만일 `천려일실(千慮一失)`의 실수라면 굴욕적 취소를 당장 취소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독도입도지원센터는 우리 영토에서 하는 `국민편의시설 공사`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언해야 마땅할 것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표현처럼, “독도는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현장이며 민족자존의 상징”이다. 불과 며칠 사이, 새로운 이슈에 떠밀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국민들의 관심이 가슴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