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억압당하는 여성의 몸짓

정철화기자
등록일 2014-10-29 02:01 게재일 2014-10-29 12면
스크랩버튼
대구 리안갤러리, 조각가 키키 스미스 국내 첫 회고전
▲ 키키 스미스 작 `Pyre woman kneelingⅡ`
대구 리안갤러리는 다음달 19일부터 12월 20일까지 독일 출신 미국 작가 키키 스미스(Kiki Smith, b·1954~) 개인전을 개최한다.

1979년 이후 신체를 주로 다루는 작업을 지속해온 키키 스미스는 철학 및 사회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인간 본성의 정신적 측면을 다루는 선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에 이어 열리는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로서 지난 30여 년간 세계미술의 독보적인 위치에서 활동해온 작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갖는 회고전으로 1990년대 후반에서 최근까지 그녀의 사유 체계를 잘 담아낸 브론즈 조각, 부조, 스테인드 글라스 등 총 1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키키 스미스의 신체와 페미니즘에 관련된 주제는 1980년대 당시 미술계의 주된 담론으로 등장했던 젠더와 동성애,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이 시기 키키 스미스는 여성의 몸을 심미적으로 바라보는 남성 예술가들의 전통적 표현을 전복시키거나, 여성의 생물학적 기관을 노출시킨 기괴한 이미지로 주목을 받았다. 1982년 아버지 토니 스미스의 사망과 1988년 에이즈 환자였던 언니의 죽음을 목격하며 키키 스미스의 신체에 대한 관심은 심화됐다.

작가는 사회적, 역사적으로 억압받고 수동적인 존재로 치부됐던 여성의 신체와 존재를 조각과 판화, 드로잉, 설치, 직물 등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드러냈다.

1970년대 조형물로 여성의 신체와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경험들을 시각화했고 1980년대 후반부터 상처를 입거나 파편화된 몸, 배설물 혹은 신체의 내부 기관들이 몸 밖으로 쏟아지는 현상을 직접적으로 노출시켰다.

몸의 경계가 사라진, 즉 위계질서가 모두 허물어진 상태를 통해 작가는 남성위주로 이뤄진 모든 것들에 대한 저항과 여성으로서 불복을 표출하고 있다. 이는 여성해방운동인 페미니즘과 맥락을 함께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Pyre Woman Kneeling(2001)`는 무릎을 꿇고 양 팔을 밖으로 뻗은 여인을 묘사하고 있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고개를 들어올린 여성의 모습은 신을 향해 울부짖는 예수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이 여인의 모습이 예수가 하느님에게 외치듯 “왜 저를 버리시나이까”라고 말하는 모습과도 같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회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은 전화(053-424-2243) 또는 이메일(info@leeahngallery.com)로 문의하면 된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