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받은 임권택 감독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화장`을 연출한 임권택(80) 감독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월석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임 감독은 자신의 설명처럼 “역사적인 내용에 한국적 정서를 심는” 작품들을 주로 만들어 왔다.
김훈의 단편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이번 영화는 죽어가는 아내(김호정 분)를 곁에 둔 채 젊은 여직원(김규리)에 마음이 흔들리면서 번뇌하는 중년의 오 상무(안성기)를 통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임 감독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라는 건 감독이 얼마만큼 세월을 살았느냐에 따라 그 세월만큼 찍힌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오래 살았다고 해서 명작이 찍힌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살아온 나이만큼 세상과 우리 삶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이야말로 세월을 오래 산 사람들이 찍은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임 감독은 “나이가 들고보니 욕망이 끝도 없이 달라붙는 것이 삶이고 그걸 이겨내는 것이 절제의 힘인 것 같다”면서 “인생은 시류나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니라 욕망과 싸우면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년간 영화를 띄엄띄엄 촬영했다는 임 감독은 “김훈 선생의 문장이 가진 엄청난 힘을 영상으로 드러내는 과정은 둘이 전혀 다른 분야였기에 정말 어려웠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계속 느끼면서 찍었다”고 털어놓았다.
`취화선` 이후 12년 만에 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안성기는 “심리를 상세히 표현해야 하는 역이라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제가 그동안 연기했던 인물은 원초적인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번에는 그런 감정을 주변 인물들에게 드러내지 않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표출하는 역이었어요. 가령 추은주에게 노골적인 눈길이나 눈빛을 보내는 장면을 찍을 때 쑥스럽고 힘들었습니다.”
임 감독도 “주인공인 오 상무의 생각 흐름을 쫓아가면서 찍어내기 위해 무척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죽어가는 아내로 분한 김호정의 연기다.
임 감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김호정은 “연기를 못 하면 어떡할지 많이 불안하고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거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환자를 연기하면서 실제 삭발에다 성기까지 노출했다.
김호정은 “정신적으로는 좀 괴로웠지만, 자신감을 가진 채 그 장면은 수월하게 찍었다”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야 하는 장면이기에 거기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이번 영화로 `씨받이`(1987), `하류인생`(2004), `천년학`(2007)에 이어 4번째로 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그는 “칸 영화제에 너무 졸속으로 출품하는 바람에 영화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 난처해졌다”면서 “다시 한번 편집한 결과 꽤 정돈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는 임 감독은 이날 “처음에는 이 영화제가 몇 해나 열리다가 끝날까 하고 생각했는데 점점 내실도 함께 키우면서 커가고 있다”며 애정을 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