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각 언론사들은 “이들이 왜 왔을까”를 두고 하루 종일 `전문가`들을 불러 분석을 했다. 다른 프로는 모두 접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제각각 `소설`을 썼다. 모두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분석`을 내놓았다.
“통큰 합의를 이끌어낼 조짐이다” “단순히 북한 선수들 격려 차원에서 실세 3인방이 왔을 리는 없다” “우리 대통령이 유엔에서 북한 핵과 인권을 거론한 것을 항의할 것이다” “입에 못 담을 욕설을 퍼부은 후여서 사과의 뜻일 수도 있다”“탈북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려보내는 것에 대해 항의할 것이다” “북한 선박 출입 금지, 대북 지원 중단, 인전 물적 교류 중단 등을 단행한 5·24조치를 해제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문제를 반드시 거론할 것이다” “3실세가 왔다는 것은 김정은 자신이 온 것이나 진배 없다. 검은 007가방을 들고 왔는데, 그 속에는 틀림 없이 최고 권력자의 친서 같은 것이 들어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에 대한 메시지가 가방속에 들어 있을 것이다” “중국 러시아 유럽 미국 등에 대한 전방위 외교전에서 거부당하자, 마지막 선택은 한국 뿐이란 것을 깨닫고 손을 내민 것이다”
이와 같은 말들이 하루 종일 방송을 탔지만 그것은 모두 소설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청와대 방문을 못한다”는 말만 남겼고,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남한이 원하는 시기에 고위급회담을 열자는 메시지만 달랑 남기고 당초 예정대로 밤 10시에 떠나버렸다. 하루 더 머물며 다음날 대통령 예방을 하고,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빗나갔다. 실세 3인방이 최고 지도자의 전용기를 타고 왔으니,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가 됐고,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었다.
한마디로 “물 먹이고 갔다”. 핵문제·인권문제·대북전단 등 최고존엄 모욕에 대한 보복 차원의 깜짝 방한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큰 성과를 낸 북한 선수 격려`란 구실을 내건 것도 북한다웠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당했다”며 분개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심리전에 의연히 대처하면서 맏형 다운 풍모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