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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공자학원`과 인문학

등록일 2014-09-30 02:01 게재일 2014-09-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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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는 세계 각국에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있다.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10년 만에 120개국에서 440개의 공자학원과 64개의 공자과당(課堂·초중등과정) 등 1천개 이상의 공자학교가 생겼다. 그런데 중국의 사회주의적 통제와 서양의 언론·학문의 자유가 갈등을 빚고 있다. “파륜궁 수업을 하지 말라” “수업시간에 달라이 라마를 언급하지 말라” “티베트에 대해서, 대만에 대해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서, 중국 지도부의 파벌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이런 규제를 서방세계는 수용하지 못한다. 캐나다, 시카고 등 여러 곳의 대학들은 “인권규정에 위배된다”며 공자학원을 폐쇄하거나 폐쇄 청원서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공자의 가르침을 잘 적용한다. 달을 볼 뿐 손가락은 보지 않는다. 창원지방법원 강민구(56) 원장은 법정에 `군자의 방` `명신보감의 방` 등의 이름을 붙여 `인문학적 법정`으로 만들고, 미술 서예 작품 등을 걸어 `예술법정`으로 변모시켰다. 민사소송 당사자들이 2년을 끌어오던 분쟁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족함을 알아 항상 만족하면 평생 욕됨이 없고, 그칠 때를 알아 맞추어 그치면 평생 치욕이 없다”란 명심보감의 글귀를 들려주면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모자 간에 벌어진 재산분쟁 당사자들에게 효도를 주제로 한 음악 `회심곡`을 들려주면서 해결했다. 강 법원장은 “예술작품이 사람의 심성을 부드럽게 하여 극한 대립을 사라지게 한다”고 했다.

강형기(62)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자의 가르침을 지방자치와 지역경영에 응용하는 연구를 해서 `논어의 자치학`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이 북경대학 출판부에서 `오래된 미래의 길`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다. 공자는 `논어`에서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가까이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면 멀리 있는 사람이 온다)라고 했는데, 자치행정을 잘 해서 주민을 기쁘게 해주면 인구가 불어난다는 뜻이다.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아 일자리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공자는 “눈앞에 이익이 보이면, 그것이 의(義)로운 이익인지 위법 부당한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했는데, 이는 `부패와의 전쟁`에서 좋은 가르침이고, “한 지방을 관리할 책임을 졌다면, 1년 안에 기반을 잡고 3년 안에 실적을 올려야 좋은 관리다”란 말은 임기 4년인 한국 지자체장에 맞는 말이다.

안동에서는 최근 경북도 청년유도회 주관으로 `제13회 전국경전암송대회`를 개최했고, 안동대 공자학원은 최근 3일간 `한중 유교·인문교류 컨퍼런스`를 열었다. 그리고 안동탈출축제와 고택음악회에 중국 예술단이 참여해 중국 전통 기악 합주와 무용을 선보였다. 한·중 인문학 교류는 인간성 회복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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