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원전해체 기술개발 문제

등록일 2014-09-26 02:01 게재일 2014-09-26 19면
스크랩버튼
우리 속담에 “범을 보니 겁나고, 가죽을 보니 탐난다”고 했는데, 그것은 원자력발전소에 그대로 적용된다. 전기를 보니 탐나지만, 방사능을 보니 겁난다. 일본 동북부의 원전 파괴사건에서도 보았지만, 이것은 일본내의 문제만이 아니고 세계에 충격을 주는 `국제적 사고`였다. 세상사람 누구도 일본산 농수산물을 구매하지 않으려 한다. 원자력발전소란 이렇게 위험하지만 전기를 얻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니 `범 같은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짓는데 6천억원 가량이 드는데, 이것을 해체하는데는 그보다 조금 더 든다. 짓는 시간보다 해체하는 시간도 더 걸린다. 짓기보다 허물기가 더 어려운 것이 원전이다. 핵물질이란 본래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이어서 그것을 다루는 기술 또한 엄청 까다롭다. 짓는 기술보다 해체하는 기술이 더 어렵고 복잡하다. 해체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반기술은 38가지인데, 우리나라는 기초적인 기술 17개를 보유하고 있다. 선진국의 70%에 불과한 수준으로, 연구로 해체 등 소규모 저방사능 시설을 해체하는 기술 정도이다.

원전 해체 기술 개발에는 보통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선진국과 합작 협력하면 빠르겠지만, 그것은 `기술 제공은 선진국이, 우리는 돈만 대는`형식이라 핵심기반기술 습득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10년후 부터 국내 원전 해체가 시작될 것이므로 그때까지 기술을 개발할 여유는 있다. 지금부터 열심히 기술자를 길러내야 하는데, 그 대안이 바로 `원자력 해체 기술 연구센터`이다. 정부가 2019년까지 연구센터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고, 올 연말까지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수명을 다하는 원전이 국내외적으로 점점 많아질 것이니, 원전해체연구센터 유치는 불루오션을 선점하는 것이 된다. 그러니 경쟁 또한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경북 경주, 부산, 경남 울산, 광주, 전남, 전북, 강원도 등 8개 자치단체들이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중에서 부산 기장군이 가장 활발히 움직인다. 최초의 원전인 고리1호기가 있으니 해체도 최초가 될 것이라는 것과 수출용 신형 연구로를 가졌고, 원전부품 업체가 있고, 방사선 의학·과학 산업단지가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최근 경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찬성이 76%에 머물렀고, 원전해체기술이 뭔지 모르는 시민이 많았다. 방폐장 유치때는 100% 가까웠는데, 해체연구소 유치에는 훨씬 못미친다는 것은 `생소하다`는 뜻이다. 그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홍보가 없었고, 세미나도 변변히 열리지 않은 탓이다.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해체기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놓고 학술회의를 자주 열어 시민들의 이해를 도와주는 일이 선행돼야 연구센터 유치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