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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이하의 공직사회

등록일 2014-09-22 02:01 게재일 2014-09-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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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학생 유가족 지도부 5명이 대리기사를 집단폭행했다. 밤늦도록 술을 마신 후 대리기사를 불러놓고 30분씩이나 기다리게 한 뒤 항의하자, 새정련 김현 의원이 명함을 내놓았고, 폭행이 시작됐다. 그런데 경찰이 가해자들은 연행하지 않고 피해자와 목격자들만 데려갔다. 경찰청은 안정행정부의 외청이라, 안행위 소속 국회의원에게는 乙일 수밖에 없지만, 많은 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연히 피해자만 연행했고, 가해자들에게는 “언제 조사받으러 오겠느냐”며 출두시기를 `협의`했다. 국정감사에서 고위 경찰 간부들이 문책을 당할 일이다.

경북도가 최근 독도아카데미 교육을 운영하는 울릉군 독도박물관장과 사무장, 독도아카데미 담당 등 관련 공무원 3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울릉군의 관광사업이 치명상을 입었는데, 관광수입으로 먹고사는 울릉도로서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라도 독도아카데미 운영은 절실하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애도 분위기인데, 관광 성격의 독도아카데미를 개최한 것”을 문책한 것이다. 언제까지 세월호에 묶여 울릉도 경제까지 침몰시킬 것인가.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경북도의 처사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분위기는 이제 없다. 광화문광장을 점령하고 시위를 벌이는 유족들이 국법체계 위에 군림하려 하면서 국회를 마비시킨 것도 모자라, 며칠 전에는 대리기사를 집단폭행한 작태까지 보였다. 야당 국회의원과 밤늦게까지 술판을 벌인 후에 일어난 일인데, 이 쯤되면 시정잡배나 폭력배들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경북도가 “애도분위기 운운”하면서 독도수호 정신을 교육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두고 `관광의 성격`이란 표현한 것도 생각이 많이 모자란다. 경북도 공무원의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해서 실망스럽다.

대구시 서구청 공무원들도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북비산네거리 교차로 옆 파고라 쉼터에는 장애인·노숙자·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있다. 3개 봉사단체가 화요일, 수요일, 토요일에 돌아가며 무료급식을 하는데, 급식이 있는 날에는 300여명이 긴 줄을 선다. 그런데 이 달 초 서구청 공무원 3명이 찾아와 “북비산네거리 주변을 새롭게 꾸며야 하니, 다음달 중순부터 급식을 중단하라”고 했다. 사업비 9억원을 들여 이 일대를 공원처럼 꾸미는데, 긴 줄을 서는 급식 광경은 미관상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려운 이웃들이 긴 줄을 서서 무료급식을 받는 모습은 오히려 `아름다운 장면`이 아닌가. 강냉이죽으로 겨우 연명하는 북한 주민들이 봤으면 그 얼마나 보기 좋은 광경이겠는가. “남한에 가서 노숙자가 되고 싶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봉사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착한 시민들인가. 그런데 `미관상 운운`하며 치우라는 공직자들의 정신연령은 대체 몇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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