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은 누적 적자가 12조2천여억원이고, 지난해만 2조원 가량을 국민혈세에서 끌어다 보전했다. 군인연금도 40년 전부터 고갈됐고, 지난해 1조3천600여억원의 적자를 국고에서 메웠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지만, 역대 정권들이 개혁에 실패한 것은 표(票)때문이다. 공직자들과 그 가족들까지 합산하면 수백만표가 걸려 있으니, 공직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연금개혁은 선거에서 `필패 카드`이다. 그래서 국민에게는 “연금개혁하겠다”고 선전해 환심을 사고, 실제로는 `무늬만의 개혁`으로 표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근 “연금개혁안을 들고 나가면 표가 떨어지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배값을 올린 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여당이 패했다. 공공요금 올려서 표 떨어지지 않은 예가 없다. 자동차세, 주민세 등은 지방재정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지자체들은 “좀 올려달라”고 간청하지만, 정부·여당의 입장에서는 늘 주저된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다소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총선이 2016년에 있으니 20개월간은 선거가 없다. 그러니 연금을 개혁하고, 공공요금을 올리기 좋은 여건이다. 정부 여당이 이 기회를 놓치면 연금개혁은 영영 물건너간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공직자들에게는 `국가관 교육`이 필요하다. 케네디 미 대통령의 연설 “국가가 여러분들에게 무엇을 해주기 바라지 말고, 여러분들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라”라는 말만큼 공직자들의 국가관을 잘 설파한 말도 없다. 공직사회든 어디든 무슨 갈등상황이 생길때마다 “분노하라”고 선동하는 불순세력이 있다. 그들의 선동에 휘둘리지 않도록 공직자들에게 대한 `국가관 교육`이 절실하다.
학술대회 같은 모임을 자주 열어 `대 국민 설득작업`을 벌일 필요도 있다. 공적연금을 왜 개혁해야 하는지를 온 국민이 잘 알도록 알려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이 박수 치면서 더 많은 표를 몰아줄 것이다. 지금 국민연금은 87만원인 데, 공무원연금은 219만원이다. 너무 심한 불균형이다. 이것을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 장래가 어두워진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나라 치고 무사히 연명하는 나라가 없다. 누구보다 많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공직자들이다. 국가를 위해 개인의 불이익을 감내하겠다는 국가관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