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들이 그동안 보여준 공통된 `욕심`중 하나는 “영구히 기념이 될 사업 하나 남겨두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정형편을 훨씬 넘는 비용을 들여 거액의 빚을 지기도 한다. 대구의 이우환 미술관 또한 생색은 지자체장이 내고, 부담은 시민들이 지는 그런 `업적`시비에 휘말려 있다.
반대 측은 대구시가 계획하는 초대형 미술관은 그 부지에 있어서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의 7배가 넘고, 건립비에 있어서도 백남준은 200억원 남짓인 데 이우환 미술관은 400억원이라면서 대구가 이런 투자를 할만큼 재정이 넉넉한가라고 묻는다. 대구시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2조2천993억원에 이르러 연간 예산 대비 부채 비율은 28.1%이며, 재정이 열악해서 무상급식조차 못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미술관 건립을 찬성하는 측은 대구시 사정이 어렵긴 하지만 전국 최고의 미술관 건립에 500여억원 정도는 충분히 투입할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묻고 있다. 그러면서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사례로 들고 있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 빌바오는 철강사업 쇠퇴 후 대안으로 근현대 미술관을 건립,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며 대구도 잘만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저런 논란속에 최근 이우환 화가가 대구에 와서 설명회를 가졌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참여 작가들의 작품 구입비는 100만 달러에서 600만 달러를 넘나든다. 그렇다면 설계된 15개의 전시실을 채울 작품을 구입하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논란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참여할 10여명의 화가들이 작금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들 작품은 시간이 지날 수록 가격이 큰 폭으로 뛰게 마련이다. 이 미술관은 대구시민 입장에선 논란이 일지만 다른 지역에서 볼때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지방에 명물이 될 수 있는 미술관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의미가 깊은 것이다. 대구 시민들이 심사숙고해서 가닥을 잡았으면 한다. 찬성하는 측이든 반대하는 측이든 모두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으니 어느 한쪽이 옳다 그르다를 무 자르듯 평가할 것은 못된다. 다만 미술관을 추진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마음을 모아 역량을 결집시켜야 하고, 반대 경우라면 시민 분열 방지 차원에서라도 신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민선시정이 바로 설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