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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즐기는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등록일 2014-09-05 02:01 게재일 2014-09-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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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최근 강정 고령보와 함께 낙동강의 새로운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디아크(The ARC)에 다녀왔다. `2014 강정대구현대미술제`개막식 참석과 전시 작가들을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한 자리였는데 주차장은 이미 인근 주민들과 행사를 즐기기 위해 참석한 관람객들의 차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어렵게 주차를 하고 개막행사가 열리는 광장으로 들어서면서 색다른 관경에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한여름 밤 무더위를 피해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시원한 낙동강 야경을 즐기며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인근 주민들에게는 대구의 여름을 즐기는 이색 휴양지임을 알 수 있었다. 맛있는 야식과 함께 잔디밭에 설치되어 있는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피서객들을 보며 미술이 현대인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강정 대구현대미술제`의 유래는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계명대학교 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제1회 대구현대미술제`(1974년)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50여명으로 시작된 `제1회 대구현대미술제`는 이듬해에는 참여 작가가 10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미술관 전시와 함께 보다 실험적인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와 퍼포먼스, 야외설치 작업을 대구 근교에 위치해 있던 낙동강변에서 펼치며 새로움과 실험성을 선보일 수 있었다. 지금처럼 인근의 고층 아파트와 조화롭게 정리된 수변공원의 다양한 시설물들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저 강변의 모래사장이 전부였던 벌판에서 강정의 현대미술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기존 관념적인 예술의 형식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무언가 새로운 의미가 담긴 미술을 추구하며 의외성이 수반된 활동과 결과물들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어떤 충격을 주는가를 살펴봤던 다양한 퍼포먼스와 야외설치는 이제 한국현대미술의 전설이 돼 버렸다.

1970년대 작가들에게조차도 생소했던 현대미술과 설치, 퍼포먼스는 당시 새로운 조형예술을 추구했던 실험 작가들에게도 엄청난 모험이었으며 도전이었을 것이다. 어떤 관객들도 눈여겨 봐 주질 않았지만 당시 강정 현대미술제에 참여했던 작가들은 그들 작품들이 30~40년이 지나면 보편적인 조형작품들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까? 흥겨운 클래식 연주곡과 함께 낙동강의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조형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들의 모습들에서 당시 참여 작가들의 위대한 예지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당시 무모했지만 확신에 차 있었던 작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처럼 세련된 미술제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당시 30대의 청년작가로 활동했던 노화가의 인터뷰 중 아직 귓가에 맴도는 말이 생각난다. “당시 우리는 현대미술이 뭔지도 몰랐고 그저 미술을 즐기며 미술과 놀았을 뿐이었다. 미술을 통해 뭔가를 얻고,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와 역할을 하려고 애쓰질 않았다. 그저 할 줄 아는 게 미술뿐이었기에 미술을 통해 나를 말하고 싶었다.”라는 말은 지금도 우리가 미술을 통해 추구해야 하는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하다. 멀리서 보면 낙동강변에 불시착한 은색 우주선처럼 보이지만 물고기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해서 지었다는 디아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강정 현대미술제`는 이미 미술이 현대인들의 일상 한가운데 다가서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해준다. 우주선이든 물고기이든 현대미술은 작가 의도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하며 즐기느냐 하는 감상자의 자유로움으로 더욱 살찌게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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