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포항시에 바란다(9)
민주주의를 말 할 때 우리는 흔히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울 때가 있다. 다수의 의견을 집약하는 `투표`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을 때에는 이 다수결이 `여론`으로 대체된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욕구를 다 같이 충족시킬 수는 없는 현실에서 흔히 여론(다수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 그러나 형성된 여론이 사회전체의 의견을 진정으로 대표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다수결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선의 선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산독재국가에서도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의사 결정을 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진정한 여론이 아니라 강요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도 `강요`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왜곡`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지방자치제가 중앙집권제 보다는 좀 더 정확한 주민의 여론을 시정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보다 우월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이 진정한 주민의 여론을 파악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말이다.
시장에 취임한 초기에는 사실 내용도 잘 모르면서 사업계획과 예산편성에 대한 결재를 한 경우도 많았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사람이 단체장으로 입후보할 때면 우리 지역이 장기적으로 나아가야할 발전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뚜렷한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소규모 지역개발사업과 주민의 당면한 고충의 처리, 복지의 증진을 위한 사업에 대하여는 그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시장 취임 후 첫 휴가기간에 우리 지역의 오지(奧地)를 찾아 그 지역 주민의 집에 민박을 하기도 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마을이 생긴 이후, 어느 시장(군수)이라도 한 번도 찾아 주지 않았던 소외된 마을이었지만, 그들도 우리 지역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존재감을 갖도록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야 말로 민선1기 시장으로서 진정 할 일이었다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기계면 미현리는 안재너미, 바깥재너미라고 하는 두 마을로 이루어져 있고, 포항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그 마을 상공을 날아가면서 소음 공해가 심하다는 것, 자동차로 죽장면 하사리로 가기 위해서는 관내를 벗어나 청송군 지역을 통과해야 하고, 하사리에서 그 남쪽 상사리로 가기 위해서는 비포장도로를 한참 가야한다는 사실도 그 때 알았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지역주민의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여론은 때때로 지역의 유력한 자들(언론기관을 포함해서)의 고의적 조작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여론을 왜곡하는 이면에는 이기적인 탐욕이 숨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는 여론 형성과정에서 아예 소외되어 자신들의 주민된 권리를 요구할 의지조차 없거나, 사회화 과정의 영향으로 강자의 논리가 사회적 약자의 사고 속에 내재되어 여론의 왜곡과정에 동참해 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선 시장으로서 표면에 드러난 `여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만 할 것이 아니라, 여론형성과정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충분한 정보가 없는 자, 여론 형성의 힘이 없는 자)들의 생각까지도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정에 임하려고 노력하였다. 신자유주의경제체제가 일반화되어 갈수록 자치단체장의 이런 노력은 더 많이 요구될 것이다.
마침 우리나라를 방문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왜 그렇게 존경을 받고 있는 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단순히 교황이기 때문에 받는 존경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 있지 않는가? `죽음의 문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 `비인간적인 경제모델`이라는 수사에서 드러난 인간의 존엄과 자유, 공의와 정의가 흐르는 사회 건설을 위해서도 드러난 여론의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지혜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