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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의 도의적 책임

등록일 2014-08-06 02:01 게재일 2014-08-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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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계약도 법적 효력을 갖지만, `말`보다는 `문자`가 확실하기 때문에 문서로 남기는 관행이 생겼다. 그러나 문자로 된 계약서 중에는 `오징어 먹물로 쓴 계약서`란 것이 있다. 오징어 먹물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증발해서 없어지는 데, 그것을 아는 양반층들은 서민들과 계약을 맺을 때 오징어먹물로 쓴 계약서를 작성해서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무효화시키는 짓을 저지르기도 했다.

국가간, 기업간, 혹은 정부나 지자체와 기업 간에 협력할 일도 많으니 이럴때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일이 유행이다. 의향서(Letter of intent)는 개인의 뜻을 밝히는 문서이고,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양 의향 간의 합치된 내용을 문서화한 것이다.

국가 간의 양해각서는 조약으로 가는 전 단계여서 법적 효력을 갖지만, 기업간 혹은 정부와 기업간의 양해각서는 `신의성실의 법원칙`에 입각해야 하지만, 어겼다고 해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MOU는 쌍방간 일정기간 동안 우선협상권을 부여해서 배타적 협상을 한다는 약속이다.

근래 들어 문제가 된 것이 `정부나 지자체와 기업 간에 맺어진 MOU`이다. “정치란 희망을 파는 일”이란 말도 있지만, MOU가 단순히 희망만 주고 무산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양해각서가 체결될 때는 매우 요란스럽다.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고, 당사자들이 문서를 들고 의자에 앉아서 `증명사진`을 찍고, 언론들은 `곧바로 기업 유치가 되는 듯` 비중 있게 보도한다. 일반시민들은 `살판 난 줄 알고` 희망에 부풀어서 “우리 도지사, 시장 군수 잘 뽑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정치기법중 하나인 `상징조작`이다.

그런데 문제는 MOU 체결 후 유야무야 꼬리를 감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장밋빛 희망만 주고 슬그머니 사라지는데, 일반 시민들도 슬그머니 잊어버리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건망증이 있기 마련이고,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지나간 일을 잊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런 MOU가 있었던가”하는 지경에 이른다. 몇몇 사람이 기억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이미 메아리는 없고, 언론들도 “무산된 MOU가 어디 한 두 개인가”라며 시큰둥하다. 결국 `재미`본 쪽은 `선거직`들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달 16일 수도권에 있는 삼승철강과 기업이전 MOU를, 지난 달 28일에는 학교법인 덕성학원과 포항영일만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 7일에는 포항제철소와 4천300억원의 설비투자 MOU를, 27일에는 중국 기업과 투자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취임 초부터 의욕적으로 `먹거리 마련`에 매진하는 순수한 열정은 든든하다. 다만 `오징어먹물 문서`가 안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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