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설상가상 해양수산부

등록일 2014-07-31 02:01 게재일 2014-07-31 19면
스크랩버튼
최근 경북도는 야심찬 해양수산 발전 계획을 내놓았다. 김관용 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최양식 경주시장, 임광원 울진 군수, 이희진 영덕 군수, 최수일 울릉 군수 등 바다를 낀 자치단체의 수장들이 모여 `21세기 바다의 시대` 개막을 선언하고, “4만불 시대, 바다가 답이다”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3조 5천여억원을 쏟아붓는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도 발표했다.

그리고 7대 중점 추진 과제도 제시했다. `신성장엔진인 해양산업 개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해양관광, 어업인이 잘 사는 행복한 어촌,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 신해양 실크로드 개척, 소프트웨어가 강한 해양수산 정보` 등이다. 경북도의 이같은 움직임은 향후 부산·경남과 강원도 등 동해안 전역의 자치단체들이 연합해서 추진할 일을 만들어가는 그 기초작업이 될 것이고, 남북 경제교류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해양수산부의 무책임한 일처리가 오징어채낚기어선의 러시아 해역으로의 출항을 막았다. 지난 20일 러시아 수역으로 떠나야 할 오징어채낚기어선 87척이 동해안 각 항포구에 발이 묶여 있는 것이고, 언제 출항할 지 기약도 없는 상태다. 러시아 측이 `어선의 e메일 미설치`를 문제 삼은 것이다. 종전까지는 FAX로 어획량을 보고하면 됐는데, 올해부터는 e메일로 보고토록 한 것이고, 이것은 올해 4월 한·러 어업위원회의 실무협상에서 논의된 사항이었다.

그런데 기가 막히는 것은 이 사실을 해양수산부는 어선들에 고지(告知)하지 않았고, e메일 기기 설치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태무심하고 있던 어선들은 출어가 임박한 시점에서 이 사실을 알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해양수산부의 무책임을 성토하는 것이다. e메일을 설치하는데는 1대당 1천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나이 많은 선장들이 기기를 다룰 능력도 없고, 배우는데도 상당한 기일이 소요된다. 미리미리 조치를 취해야 할 일인데, 해양수산부는 “이메일 설치가 협약서에 명시돼 있지만, 그동안 입어제한을 하지 않았고, 올 연초에도 일체 언급이 없다가 갑자기 러시아가 태도를 돌변하니 황당하다”고 한다.

우리 어선 87척의 러 수역 쿼터량은 7천t규모이고, 입어료는 72만 1천 달러이며, 10%의 계약금은 이미 지급됐다. 조업기간은 정해져 있는데, 열흘째 출항조차 못하니, 이러다가 계약금만 날리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해수부가 세월호 참사 후 `해피아`란 비난까지 사면서, 이주영 장관은 면도도 못하고 털복숭이 얼굴로 현장에 메달려 있으니, 해수부 전체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모양이다.

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도 있는데, 어떻게 하든 `이메일 문제와 조업기간 문제`부터 서둘러 해결해야 하겠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