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4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이는 단연 김부겸 전 의원이다. 야당 후보로서 보수여당의 안방인 대구에서 새누리당 시장후보와 당당히 맞서 석패한 그의 활약은 지역민은 물론 전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경북 상주출신인 김 전 의원은 경북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는 데, 대학에 다니던 1977년 유신반대시위로 처음 구속됐고, 1980년 계엄령위반으로 다시 구속·제적됐으며, 1992년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등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그의 정치역정 역시 적지않은 시련으로 점철됐다. 처음 제13대 총선에 서울 동작구갑에서 한겨레민주당으로 출마, 5위로 낙선했고, 제15대 총선에서는 과천·의왕시에 민주당으로 출마해 18.02%를 얻어 3위로 낙선했다.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된 것은 16대 총선으로, 경기도 군포에서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배지를 달았다. 이후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으로 출마해 경기 군포에서 잇따라 3선을 했다. 19대 총선에서 그는 국회의원 당선에 유리한 수도권 지역구를 버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대구수성갑에 출마, 40.42%의 득표를 했으나 2위로 낙선했다. 이어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대구광역시장 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해 40.3%를 득표했으나 결과는 역시 낙선.
그러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2016년 20대 총선에 대구·경북지역에서 처음으로 야당 간판을 달고 국회에 입성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6.4지방선거때 대구 수성구지역에서는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와 비슷한 47.5%의 득표율을 기록한 게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편안해보이는 푸른색 여름 자켓에 노타이차림이었다. 요즘 7.30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서울과 수원, 부산 등지를 다니며 새정치연합 후보들의 지원유세를 다니느라 바쁘다는 그는 앉자마자 선거지원 유세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에 유권자들이 많이 실망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말문을 연다고 했다. “유권자 여러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새정치연합이 환골탈태하지 못하고 여러 파벌로 나뉘어 싸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국민여러분이 나무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 지역에 출마한 ○○씨처럼 훌륭한 정치인은 꼭 국회로 보내 여당을 견제하는 올바른 야당정치인으로 키워주십시오.”유권자들의 반응 역시 비슷하단다. “야당 정치인중에 자신들의 행태가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사람도 있네. 정말 야당은 많이 반성해야 돼요.”그러면서 그의 말을 들어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목청 크게 구호를 부르짖기 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정치를 기대한다는 그의 진단이 빛을 발한 듯 싶었다.
현재 원외 위원장인 그는 야권에선 이미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다. 최근 실시한 야권 차기주자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박원순 시장, 문재인 의원, 안철수 대표, 손학규 고문에 이어 다섯번 째(선호도 5.9%) 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저런 이유로 김부겸 전 의원은 왠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지난 2000년 총선에서 누가 봐도 탄탄대로인 수도권을 두고 굳이 험한 길인 부산에 출마해 낙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으로 불리운 그 때 총선의 선택이 그를 대권으로 인도했다. 50여년간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지역주의 망령과 고독한 사투를 벌였던 그의 도전정신을 국민들이 알아 준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이정현 홍보수석이 호남지역에서 당선된다면 다음 총선에서 저의 국회입성이 다소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못하면 제가 좀더 노력해야 할 거고요.” `바보 김부겸`의 도전은 과연 어떤 응답을 받게될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