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 전 3권` 류주현 지음 나남출판 펴냄
오는 8월 15일은 광복 69주년을 맞는다. 우리민족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엄청난 고통을 겪었고 이 고통의 역사는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야욕과 위안부 인정 거부 등 과어 침략의 역사를 거부하며 한일관계를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는 우리에게 잊고 싶은 과거지만 동시에 잊어서도 안 될 우리의 역사이다.
당시 조선총독부의 식민통치 사실을 배경으로 한 묵사(墨史) 류주현(1921~1982)의 대하 역사소설 조선총독부(전 3권·나남출판)가 내달 15일 복간된다.
일본의 우경화와 독도 영유권, 군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첨예한 이슈로 대두한 상황. `망각된 역사적 과오는 되풀이된다`는 격언을 새삼 되새기게 하는 이 같은 현실은 소설 속 실제 역사를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나남출판 고승철 대표는 지난 23일 조선총독부 출간 기자회견을 갖고 “한일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이만큼 좋은 역사 텍스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흔히 역사소설 읽을 때 추구하는 세 가지 가치라 할 흥미와 감동, 역사 공부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설은 1909년 1월, 조선 병탄을 노리는 이토 히로부미가 구한말 고종 황제와 조정 각료들을 농락하며 일장 연설을 행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의 번드르르한 언변에도 불구하고 군중은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헌병대장은 흩어져 가는 군중을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다가 황급히 이토에게로 달려가서 한쪽 팔을 부축해 연단을 내려오게 했다`(1권 25쪽)
다큐멘터리적 서술을 통해 조선총독부의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면서도 사서(史書)가 짚을 수 없는 이 같은 인물의 심리와 시대적 분위기를 묘사할 수 있는 건 소설의 힘이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병풍 위에 가상의 남녀 독립투사인 박충권과 윤정덕을 올려놓았다. 이들은 최근 화제를 모은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처럼, 역사적 인물들과 사실의 바탕 위에서 작가적 상상력과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이는 2천여명에 이르는 방대한 인물과 동아시아를 종횡무진하는 공간적 배경, 반세기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이야기의 긴장도를 유지하는 `끈`이기도 하다.
소설은 애초 한일협정 개시로 인해 어수선했던 1964년 9월부터 역사학자 천관우가 주간으로 있던 월간 `신동아`를 통해 연재됐다. 연재가 끝난 직후인 1967년 신태양사에서 전 5권으로 출간됐으며, 고단샤를 통해 일본에서도 함께 출간돼 반향을 일으켰다.
세 번쯤 소설을 통독했다는 저자의 장남 류호창 건국대 교수(실내디자인학과)는 “워낙 방대한 작품이어서 처음엔 소설의 맥을 잡기 혼란스럽기도 했다”며 “그러나 반복해 읽는 동안 사료의 수준을 넘는 문학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세 수입은 모두 류주현 추모사업에 쓸 방침이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