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좋은 일에는 마(魔)가 끼기 마련`이어서 지금 포항불빛축제가 `관심의 핵`에서 밀려나고 있다. 서울에는 한강불빛축제가 생겼고, 부산에서도 바다위에 건설된 광안대교의 불빛축제가 성황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은 풍부한 재정이 있고, 교통 접근성이 탁월하니 `원조 포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포항도 KTX가 개통되는 내년부터 접근성이 좋아지겠지만, 재정에서 밀리고, 특히 서울과 부산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예술인층이 두껍기 때문에 물량면이나 내용면에서 포항은 매우 불리하다.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인가. 이 문제를 놓고 포스코와 포항시가 숙고를 하는 중이다.
브라질의 삼바축제를 롤 모델로 삼자는 의견도 있으나, 사육제와 불빛축제는 `출신성분`이 다르다. 삼바축제는 애당초 `참가하는 축제`였고, 포항불빛축제는 `구경하는 축제`였다. 삼바축제에 참가할 팀들은 1년 내내 그 준비에 골몰한다. 더 특징적이고, 더 눈에 띠고, 더 많은 관중을 모아들이고, 더 많은 환호성을 듣기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다 짜내는, `노래하고 춤 추는 참여축제`인 것이다. 그러니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축제와는 근본이 다르다.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7월 말, 8월 초로 축제기간을 정한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무더위 속에서 준비하는 관계자들의 고충은 그렇다 하더라도 `장마철의 볼꽃놀이`는 문제가 많다. 비에 젖은 화약이 터질 리 만무하니, 주최측이 하늘을 쳐다보며 애간장을 태우는 일이 해마다 반복된다. 특히 가만히 있어도 피서객들이 모이는 시기에 굳이 불빛축제를 벌일 것까지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일리 있다. 차라리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계절에, 서울과 부산과 겹치는 날짜를 피해서 여는 것도 한 방안이다.
격년제 의견도 나오는데 고려해 볼 일이다. 한해는 `포항시민축제`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하고, 다음해에 불빛축제로 해서 `참여와 구경`을 번갈아 펼치는 것도 생각해볼 일인 데, 일본에서 열리는 `왓소`같은 거리축제도 참고가 될 것이다. 20여억원의 돈을 하룻밤 사이에 하늘에 산화시킬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포항의 기업인들이 함께 즐거워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궁리해야 할 일이다.
포스코와 포항시만 머리를 싸맬 것이 아니라 시민대토론회를 열어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광범하게 취합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낙후하는 시대에 그런 노력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