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팀, 조류학자들과 낙동강 하구 취재 동행
낙동강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도요등과 신자도는 모래 언덕이 해변을 따라 길게 형성돼 쇠제비갈매기들의 최대 서식처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의 개체수가 해마다 급감한 반면 낙동강 중·상류 지역에서 새로운 서식지가 잇따라 발견<본지 9·3일자 1·4면 보도>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낙동강 최남단 모래섬에서 최상류 안동호로 이동한 쇠제비갈매기를 분포의 역전현상으로 보고, 이미 내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은 이같은 원인 규명을 위해 도요등과 신자도를 중심으로 공동조사에 나선 경남·북 조류 학자들과 함께 동행했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낙동강 하구 아미산에서 본 도요등과 신자도 앞 바다는 대체로 잔잔했다. 집결지에서 배편으로 5km 떨어진 도요등에 먼저 도착했다. 이곳은 강가보다 모래 입자가 작아 발이 움푹움푹 빠지기 일쑤였다.
“무슨 이유인지 최근 수년간 멸치 어장이 형성되질 않았어요. 새들의 먹이도 줄었을 것이고….”
선장은 이제 이 지역에서 쇠제비갈매기는 `천연기념물`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귀하긴 귀한 모양이다. 산란기를 지나 알이나 새끼는 없다손 치더라도 모래톱을 아무리 뒤져봐도 둥지 흔적 하나 보이지 않았다.
평균 해발 1~2m 모래섬 일부는 파도가 넘어와 도랑이 파져 군데군데 유실된 곳이 목격됐다. 도요등은 최근 환경단체에서 날아다니는 쇠제비갈매기 50여 마리만 겨우 관측했던 곳이다.
도요등에서 600여m 떨어진 신자도. 해변을 따라 약 3km 모래톱이 형성된 이 섬 일부는 모래 위에 떠밀려온 쓰레기로 가득했다.
가끔 너구리, 멧돼지 등 천적의 배설물이나 발자국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유독 눈에 띈 것은 모래톱이 일정한 거리로 침식된 흔적이다.
학자들은 월류로 인해 섬 일부가 반파된 17곳과 완전히 관통된 7곳을 발견했다. 특히 평균 10m 넓이로 관통한 지역마다 `쓰나미`가 지나간 듯 모래톱은 완전히 파괴됐고, 뿌리가 드러난 갈대나 잡초는 ㅡ자로 누워 버린 상태다. 그러나 신자도 좌측 400m 모래톱은 월류로 인한 침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침식지역은 해안선에서 모래톱까지 거리가 불과 30여m인 반면 이곳만은 120여m를 유지했다. 학자들은 이점을 예의주시했다.
부산발전연구원 김태좌 박사는 “같은 방향의 모래톱에서 월류 현상이 없는 일부 지역은 근처 섬이 그나마 방파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대학교 박희천 교수는 “보 건설 등 낙동강 상류에서 떠내려 오는 모래 퇴적양이 줄어들어 약해져 버린 섬에 침식이 가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해양환경의 변화나 먹이의 변화, 도시개발의 영향 등 개체수 급감 원인을 낙동강 전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초 자료를 보강해 오는 10월 부산에서 환경단체, 관련기관과 함께 쇠제비갈매기 보존대책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부산 사구섬에서 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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