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결정된 2015년 최저임금은 5천580원이라고 한다. 작년에 비해 7.1%가 인상된 액수라고도 한다. 퍼센티지를 보면 꽤 많이 인상된 듯한 느낌을 준다. 참고로 작년에는 5천210원, 재작년에는 4천860원이었다.
금방 나는 어느 커피숍에 들어가 아이스커피를 사마셨는데, 2천원이었다. 큰길 가에 연 커피점 치고는 싼 값이다. 이름난 체인점에 들어가 마시려면 4천원에서 4천500원은 각오해야 하고, 호텔 커피숍에서 마시려면 1만5천원을 뒤집어써야 하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최저임금이라는 것의 개념을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대략 시간당으로 따지는 것이며, 일하는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해나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최저임금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게 다가오는 때도 없었던 듯하다. 여러가지 일이 겹쳐 경제사정이 썩 좋지 않다 보니 물가에 나름대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내 자신이 결코 삶의 최저선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의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지금 내가 막 지나치는 치킨집 간판 메뉴를 보니 옛날 치킨이라고 써 있는데, 한 마리가 1만8천원이라고 돼 있다. 꽤나 비싸다. 우리 동네에서는 치킨 한 마리가 콜라까지 끼워서 1만4천원이면 되는 것을.
전철에서 내려 학교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는 곳에는 빵집이 새로 생겼다. 어디 메뉴를 볼까? 단호박파이가 3천원이고, 영양찰떡은 4천원, 밀가루 반죽에 우유와 버터가 풍부하게 들어가 케이크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팡도르라는 유럽 크리스마스 빵은 5천원이라고 한다.
이젠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 안에는 가격표가 없으니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도 아쉬운 대로 재미있겠다.
국회의사당 앞에는 내가 우연히 들어가 본 사우나탕이 있다. 입욕비가 1만2천원이어서 입이 벌어졌다. 학교로 통하는 신림역 근처에서는 6천원, 서울 서부역 근처에 있어서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모모 한 곳은 8천원이었다.
학교 앞에는 아주 맛있다고 널리 알려진 간장게장, 아구찜집이 있다. 서너 사람이 앉아 간장게장은 2인분만 하고, 아구찜은 하는 수 없이 대자로 시키면 공기밥까지 해서 대략 7만5천원 이상 간다. 맛이 보통 아니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이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때가 있다.
또, 학교에서 가까운 사당역 네거리쪽에 가면 일식집, 참치집이 많이 있다. 며칠 전 선배 한 분이 독일 남자와 결혼을 하게 돼서 환송식을 치르려고 그중 어느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그런데 그 마구로라는 것이 1인분에 5만원씩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가자고, 후배 두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는 것을, 이 선배는 괜찮다고, 너희들 신세 많이 졌노라고 애써 주저앉히는 것이었다.
마지막이다. 관공서 같은 곳, 대학 같은 곳에는 회의비를 받으면서 일을 할 때가 있다. 아마도 두 시간쯤 기준으로 15만원쯤부터 20만원쯤 받을 것이고, 각종 심사비 같은 경우는 30만원쯤부터 시작한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크기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며칠 동안 이 최저임금이라는 눈물 어린 말을 곱씹어보고 있다. 내가 회의를 하고 심사를 하는 것이 저 씨뿌리고, 옷을 지어내고, 프레스를 다루는 사람들의 일, 요릿집이나 커피숍에서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의 일보다 얼마나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과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임금이라는 것의 몫이 좀더 획기적으로 나아지고, 그들이 치킨 한 마리 먹고 영화를 한 편 보더라도 조금 더 편안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도.
이 느낌 즉,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윗 계단`을 차지한 구성원들이 누리는 생활의 여러 윤택함과 편리함에 비해 너무 적은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는 비단 나만의 독단적인 감정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