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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이비(似是而非)` 교육감선거, 혁신해야

등록일 2014-06-17 02:01 게재일 2014-06-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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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 서울본부장

우리가 흔히 쓰는 `사이비`라는 말은 `사시이비(似是而非)`가 본딧말이다. 맹자의 진심편(盡心篇)과 논어의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이 말은 `진짜 같은 가짜`라는 뜻으로 요약된다. 고전은 향원(鄕原)이라는 별칭의 `사이비 군자`가 겉으로는 성실하고 청렴결백한 것처럼 보여 매사 흠잡을 데가 없지만, 결코 도(道)에 함께 들 수 없어 덕을 해치는 존재라고 단정하고 있다.

6.4지방선거 교육감 선거결과에 대한 진보진영의 과도한 `의기양양`과 보수진영의 `단세포적 반응`은 둘 다 꼴불견이다. 이번 선거의 17개 시·도 교육감 당선자 중 13명이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선거결과는 진보성향의 후보들은 단일화에 성공한 반면, 보수성향의 후보들은 끝까지 분열상을 보인데서 비롯됐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무슨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한 자리에 모여서 `승리`를 자축하는 진보성향 당선자들의 모습은 형식상 정치이념을 배제하고 있는 교육감선거의 기본정신에도 맞지 않는, 생뚱맞은 장면이었다. 진보진영은 마치 자기최면에 빠진 듯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라는 궤변을 만들어내기에 바쁘다.

짜증나는 반응은 또 있다. 정치권의 일이 매사 그러하듯, 유리할 때는 입 꾹 닫고 내내 침묵하다가 불리한 상황이 오면 부랴부랴 `뜯어 고치겠다`고 나서는 후안무치다. 6.4지방선거에서 `참패`성적표를 받아들자마자, 여기저기에서 `교육감선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성하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교단이 심각하게 분열되는 말할 수 없는 피해가 교육현장에 있다”며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산하 교육자치소위원회도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변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에 성공한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역시 과도한 선거비용문제를 폐해로 들면서 `직선제 폐지`입장을 밝혔다. 이런 흐름에 대해 새정치연합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이라며 반발했다.

이쯤 되면, 그동안 치러진 교육감선거가 겉으로만 멀쩡했지, 속으로는 지독한 패거리 정치선거였음을 확실하게 커밍아웃한 셈이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날 교육감선거는 사시이비(似是而非) 선거다. 겉보기에는 중립인 것처럼 포장해놓고 속으로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색깔을 띠고 출전해 아귀다툼을 벌이며 유권자들을 농락한다. 2010년부터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기 이전 별도로 치러진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이 고작 12.3%~30%에 머물렀던 기록을 반추하면, `로또선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비정상적`인 선거라는 점이 이미 낱낱이 드러났다.

13대 4의 스코어로 참패한 이번 선거결과에 놀란 보수진영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얄밉기는 하지만, `교육감선거를 개혁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깊이 공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육감선거는 광역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가 합당하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임명제 환원`은 교육자치의 정신을 살리기 위한 선출제의 의미를 무시하는 발상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은 시도다.

`러닝메이트제`는 `교육자치`를 지방자치의 중심에 세우는 강력한 조치다. 광역단체장선거가 `교육정책`을 세세히 비교하여 결정하는 참다운 정책선거로 진화할 수 있는 촉매제로도 작용할 것이다. 보수-진보의 간극이 서서히 좁아지는 현실 속에서, 유권자들이 교육전문가와 마음을 맞춰서 내놓은 단체장 후보들의 교육정책을 비교 평가하여 표심을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변별력을 담보할 것이다. 중립의 탈을 쓰고 선거에 나서서 지역교육의 참다운 발전을 어지럽히는, 결코 도(道)에 함께 들 수 없는 `사이비`들의 분탕질을 확실히 혁파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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