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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법칙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4-23 02:01 게재일 2014-04-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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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조짐 없는 사건 또한 없다. 특히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반드시 그 뒤에는 관련되는 크고 작은 징후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을`하인리히 법칙'이라 한다. 20세기 초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예방 관련 연구서에서 이 법칙을 소개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던 그는 업무 상 사고 통계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 통계적 법칙 하나를 발견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중상자가 한 명 나온다 치자. 그러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게 된다는 이론이었다. 그래서 통상 하인리히 법칙은 `1:29:300법칙'이라고도 부른다. 대형 사고는 우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다. 그 이전에 반드시 어떤 조짐을 보여준다. 가벼운 사고들이 되풀이 되는 가운데 전조 현상을 보여 줌으로써 경고를 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알아채고 조치를 취하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한 징후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실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큰 재해는 사소한 방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숱한 학습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긴장은 순간이고 설마하고 안심하곤 한다. 사소한 것들이 큰 것을 부른다는 건 일을 그르친 뒤에야 깨닫는다. 작은 것의 빌미를 철저히 살피면 큰 것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도 크고 작은 여러 징후를 무시한 인재다. 그간 선체 이상을 느꼈다거나, 배가 기운다거나, 조타기 전원 접속 이상을 감지했다거나, 수밀 문의 작동이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았거나 등등의 결함이 지적되어왔다. 하지만 관계자 그 누구도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소한 300 가지의 경고를 만났을 때 빨리 대처하면 다소 무거운 29가지는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1이라는 대형 참사 같은 건 평생 만나지 않아도 된다. 준비 없는 완벽이 어디 있으랴. 유비면 무환이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고가 터진 뒤에야 하인리히 법칙 따위를 떠올리면 그 무슨 소용이 있을까.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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