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자기계발서라고 다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건 아니다. 최근에 출간된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이라면 충분히 독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엄밀히 자기계발서라고는 할 수 없다. 구본형 저자에게 바치는 존경의 의미로 내가 그렇게 의미부여를 했을 뿐이다. 우리나라 자기계발서 계의 초기 멤버였던 선생은 성공만이 전부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자기기계발서는 크게 성공 지향적인 삶을 안내하거나 자기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구본형은 후자에 속한다. 무조건적인 성공만을 안내하는 게 아니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혁신에 이를 것을 주문한다. 고전 안내서인 이 책을 굳이 자기계발서의 의미로 읽으려는 것은 이런 저자의 생각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를 잃지 않고 내 가치를 찾아나서는 일 그것이 곧 자기계발의 기초이고, 그런 마인드로 고전 읽기를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자기 혁신에 이르게 될 것이다.
급작스런 발병으로 돌아가신 뒤 고인이 관여하던 연구소 연구원들에 의해 재구성된 이 책은 구본형식 고전읽기로 불릴 만하다. `다산문선`을 지나 `그리스인 조르바`를 거쳐 `안티고네`에 이르기까지 오롯이 고전에 몰두해 자신에게 이르고자 했던 저자의 숨결이 느껴진다. `고전의 창은 불완전한 인간을 찔러 깊은 상처를 입히고, 사랑의 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고전은 나를 바꾸는 지독한 유혹이자 삶에 기쁨을 쏟아주는 위대한 이야기다.` 아직 이런 단계까지는 생각도 못하지만 이 책을 통해 고전이 주는 매혹에 깊이 찔려 조금씩 나에게 이르고 싶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