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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기 쉬운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2-19 02:01 게재일 2014-0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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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약고 발 빠른 사람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눈치 없는데다 느리기까지 한 사람은 위기가 왔다는 것조차 모른다. 일반적으로 위기에 닥치면 당황하고 허둥대다 무너지기 쉽다. 나심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을 통해 이러한 위기의 본질과 속성, 그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인식의 전환이란 관점에서 기술한다.

탈레브는 프래질(fragile, 깨지기 쉬운)과 안티프래질의 개념에 대해 촛불과 장작불을 예로 든다. 바람이 불면 촛불은 쉬 꺼진다. 외부 충격에 약한 프래질 상태가 된다. 반면에 장작불은 바람이 셀수록 더 세게 타오른다. 외부 충격에 강한 안티프래질이 되는 것이다. 저자 자신이 조합한 용어인 이 안티프래질의 특성을 갈파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프래질은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이다. 예측가능한데다 선형적 구조를 지닌다. 이에 반해 프래질은 예측불가능하고 비선형적 형태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위기 상황, 이를테면 IMF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프래질이 되어 버린다. 반대쪽에 안티프래질이란 공고한 영역이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 사이 프래질을 예측하고(어쩌면 그런 상황을 만든 사람들) 대비한 이들은 고스란히 반사이익을 챙긴다. 유용한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안티프래질의 사람들은 위기의 주범이지만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비선형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면죄부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무지한 일반인들일 뿐이다.

프래질을 감지하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 익숙해지지 않고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자각만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말한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안주에 자족하지 않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단다. 한마디로 속아 넘어가지 않는 전략이 요구되며, 우리 스스로 안티프래질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밖에 없다. 깨지기 쉬운 일반인이 단단하기만 한 글로벌 이익 집단과 싸워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대처하려는 투지만으로도 불씨가 될 수 있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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