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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자리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2-07 02:01 게재일 2014-0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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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자리는 뒤쪽 중앙의 왼쪽 통로 쪽이다. 중앙의 중간 자리부터 예매되는 것에 비하면 내 취향은 약간 특이하긴 하다. 이번에 `겨울왕국`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예외였다. 동석한 딸내미의 주장에 의하면 애니메이션은 화려한 영상이 감상의 포인트이니 가운데자리가 낫겠다고 했다. 일리 있는 말이라 쉽게 동의했다.

중간 자리를 꺼리는 나름의 이유는 오직 개인적 경험에 연유한다. 우선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다. 깜깜한 곳, 전후좌우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하면 공포감이 엄습해온다. 건강 검진 때 MRI 기계 안에서 단 몇 초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왔던 경험과 유사한 느낌이랄까. 숨이 막히고 심장이 조여 온다. 뭉근하게 주리를 틀리듯 온몸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요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혹시 콜라 한 잔이라도 들이켜게 된다면 그날 컨디션에 따라 상영 중간에 화장실을 가게 될 수도 있다. 옆 사람의 의자사이를 지나가야 하니 민폐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간 자리가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자리는 앞사람들의 빽빽한 몸피와 들쑥날쑥한 머리 라인 때문에 화면이 잘 안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졸음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피곤한 날인데다 취향마저 내 것이 아닌 영화를 보게 될 경우 십중팔구 초반 십 분은 졸게 된다.

뒤쪽 통로 쪽에 앉으면 갑갑하지도 않고, 고개도 눈치껏 돌릴 수도 있고, 화장실 가기도 쉽고, 졸더라도 덜 들킨다. 그러니 그 자리야말로 내겐 안성맞춤인 셈이다. 한데 오랜만에 앉은 가운데 자리는 좌불안석이 따로 없다. 전신이 갑갑해져오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앞사람 머리에 가려 자막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피곤했는지 설상가상으로 졸음마저 몰아쳐 그 좋은 화면을 두고 잠깐 졸기까지 했다. 딸내미가 창피하다며 내 허벅지를 꼬집는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진작 왼쪽 뒤 통로 자리라고 확실하게 말할 걸. 편하게 이기적으로 길들여지는 것의 이 익숙함과 무서움이라니!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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