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자리를 꺼리는 나름의 이유는 오직 개인적 경험에 연유한다. 우선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다. 깜깜한 곳, 전후좌우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하면 공포감이 엄습해온다. 건강 검진 때 MRI 기계 안에서 단 몇 초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왔던 경험과 유사한 느낌이랄까. 숨이 막히고 심장이 조여 온다. 뭉근하게 주리를 틀리듯 온몸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요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혹시 콜라 한 잔이라도 들이켜게 된다면 그날 컨디션에 따라 상영 중간에 화장실을 가게 될 수도 있다. 옆 사람의 의자사이를 지나가야 하니 민폐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간 자리가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자리는 앞사람들의 빽빽한 몸피와 들쑥날쑥한 머리 라인 때문에 화면이 잘 안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졸음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피곤한 날인데다 취향마저 내 것이 아닌 영화를 보게 될 경우 십중팔구 초반 십 분은 졸게 된다.
뒤쪽 통로 쪽에 앉으면 갑갑하지도 않고, 고개도 눈치껏 돌릴 수도 있고, 화장실 가기도 쉽고, 졸더라도 덜 들킨다. 그러니 그 자리야말로 내겐 안성맞춤인 셈이다. 한데 오랜만에 앉은 가운데 자리는 좌불안석이 따로 없다. 전신이 갑갑해져오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앞사람 머리에 가려 자막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피곤했는지 설상가상으로 졸음마저 몰아쳐 그 좋은 화면을 두고 잠깐 졸기까지 했다. 딸내미가 창피하다며 내 허벅지를 꼬집는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진작 왼쪽 뒤 통로 자리라고 확실하게 말할 걸. 편하게 이기적으로 길들여지는 것의 이 익숙함과 무서움이라니!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