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석 남
열 서너 살 이제 밥을 생각으로 바꾸기 시작하는 눈부심,
꽃의 눈부심, 살(肉)의 눈부심, 살의 입구의 눈부심에
눈 감네
골짜기를 내보내는 산처럼
모로 누워 절망을 다스리던 날들 눈부시네
만개(滿開)한 거짓의 눈부심에
눈 감네
부는 바람을
불어오는 바람을 동여매는가?
뜰의 풀은 마르고
입술 새파라니 하고는
눈부심들을 동여매네
저 석양의 눈부심
수수하게 차려 입고 가리려 하네
살의 눈부심 가리려 하네
푸르게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눈부신 아름다움이다. 시인은 꽃의 눈부심, 살(肉)의 눈부심 살의 입구의 눈부심 등을 예찬하고 있다. 언젠가는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그것마저 눈부심이 아닐까. 저 석양의 눈부심이라고 말한 시인의 인식에는 착하게 나이 들고 늙어가는 우리네 한 생의 후반부도 청춘시절의 푸르름 만큼이나 아름답고 고운 것이며 눈부신 것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