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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의 감동 두 가지

등록일 2013-10-23 02:01 게재일 2013-10-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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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포항스포츠의 감동은 단풍빛보다 붉었다. 포항스틸러스가 전북현대를 꺾고, FA컵 통산 4회 우승을 거둔 일이며, 포항시체육회의 이선미(27) 선수가 태권도 여 일반부 -49kg급 결승에서 기적같은 역전승을 이뤄낸 일은 `각본 없는 감동드라마`였다. 일반적으로 패배의 아픔은 일찍 잊어버리지만 승리의 감동은 오래 간다. 그런데 이번의 두 승리는 그 감동의 깊이가 너무나 깊고 특별해서 오래오래 가슴을 적신다.

홈그라운드에서 치러지는 경기여서 전북현대의 응원단은 2만여명이었고, 포항은 박승호 시장, 이칠구 의회 의장, 장성환 스틸러스 사장 등 포스코 관계자들과 포항 읍면동 서포터즈 등 3천여명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앉았다. 전북현대 유니폼을 입은 2만여명의 함성에 3천여명의 응원은 압도되기 마련이지만 포항스틸러스는 조금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 24분 김승대가 선제골을 터트렸으나,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채 연장전까지 갔고, 그래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아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4-3으로 포항스틸러스가 우승하는 순간 응원단은 `영일만 친구`를 목이 메어 불렀고, 응원단이나 선수들의 눈에는 하염 없는 눈물이 흘렀다. 이렇게 짜릿한 우승은 그리 흔치 않은 특별한 감동이었다. `황새`란 별명을 가진 황선홍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FA컵 최다 4회 우승, 포항시민의 힘입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관중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박승호 시장이 참석한 경기는 이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박 시장의 축구열정은 별난 것이었는데, 이번에 그 말을 또 한번 실증했다. `적지`에서 절대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긴 전투여서 더 값지고 감동적이었다. 그것은 3천명이 2만명을 물리친 전투와 다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포항의 저력`임을 입증한 쾌거였다.

여자 태권도 일반부에서 보여진 역전승은 역전승 중에서도 유별난 것이었다. 포항시 체육회 소속의 이선미 선수는 전국체전 -49kg급에서 부산동래구청의 박지혜 선수를 서든데스로 누르고 `눈물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회전에서 이선미는 10-3으로 뒤진 상태였고, 시간은 겨우 30초가 남았을 뿐이었다. 누가 봐도 패색이 짙은 경기였다. 그런데 스포츠에는 기적이란 것이 분명 있기는 있을 모양이었다. 이선미는 그 30초 동안에 3점씩을 두번이나 기록했고, 1초를 남겨둔 절체절명의 순간에 앞발돌려차기로 1점을 획득,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서든데스로 이어졌다. 박지혜가 앞발을 들고 밀고 들어올때 이선미는 살짝 빠지면서 왼발돌려차기로 득점, 마침내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었다. 선수와 관계자들은 펑펑 눈물을 흘렸다. `포항의 근성과 끈기`를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이 가을 포항스포츠의 감동은 단풍빛보다 더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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