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전통시장을 뒤지면 탱크도 만들 수 있는 자재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전통시장은 다양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재래시장이 쇠락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또 한편 `살아날 구멍`도 있다. 재래시장이 지금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관광객이든 외국 관광객이든 `이색적 모습`에 끌리는 것은 동일한 성향이다. `마트`는 단순히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가는 곳이지만 재래시장은 `구경을 겸한 구매`라는 기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 좋은 예가 태국의 수상시장이다. 쪽배를 타고 과일을 파는 상인들이 그대로 있고, 물위에 집을 짓고 사는 수상가옥마을이 상존한다. 태국 정부가 `현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옛 모습 그대로 두는 것이 바로 `관광자원`임을 간파했던 것이다. 그 생각은 적중했다. 매콩강 위에 뜬 수상시장을 찾지 않는 외국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강원도 정선 5일장에는 한 해 35만명이 다녀가는데,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한국관광의 별`쇼핑부문 1위를 했다. 물론 `정선아리랑`이나 `아우라지탄광촌`의 명성에 힘입은 바도 있지만 재래시장의 맛을 해치지 않고 `보존`한 덕분이다.
포항에는 죽도시장이라는 대단한 재래시장이 있다. 관광명소로서 충분한 저력을 갖춘 전통시장이다. 운동장만큼 넓은 어판장을 구경하고, 펄펄 뛰는 생선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그치지 않는 곳이다. 관광과 쇼핑이 조화를 이루는 거대 재래시장이다. 이런 곳을 `현대화`하는 것은 단견이다. 오히려 재래시장의 면모를 더 갖추어야 한다. 걸립패의 사물놀이가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각설이가 시장판을 누비고, 옛날 만병통치약 장수를 재현할 수는 없지만 포항특산물을 홍보하는 만담꾼을 둘 수 있다. 정선시장이 그렇게 하고 있다. 씨름판도 벌이고, 투호놀이도 하고, 커다란 솥에 벌건 돼지국이 김을 내고, 그 옆에 멧방석 깔고 앉아 개다리 밥상에 탁배기를 마시는 정취를 재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포항 북부시장과 남부시장도 시장 상인들이 지혜를 모아 관광객이 찾는 구경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도심 재생의 한 방법이다. 21세기에 아쉬운 것은 `옛정취`의 특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