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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도서관

등록일 2013-10-21 02:01 게재일 2013-10-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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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재 청
아버지를 만나러 우포에 갔습니다

수천 페이지 모래바람 속을 뒤졌습니다

아버지의 발자국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시사철 늪 속에 잠겨 있는 우포를 찾았을 때

아버지의 발자국을 집어삼킨 사구 하나

고향 뒷산에 솟아 있었습니다

낙타처럼 등에 혹을 달고

말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밤마다 혹에서 나와 마을로 내려온답니다

타박타박 낙타처럼 내려온답니다

바람뿐인 아버지 바람을 주머니처럼 차고

어머니 머리 풀고 있는 늪으로 내려온답니다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는 바람주머니를 버리러 몰래 내려온답니다

바람 도서관에서 가시연꽃 하나 찾았습니다

어둠 속에 피어 있는 가시연꽃

밤이슬 맞으며 머리를 풀고 있었습니다

원시의 생명체들이 살아숨쉬는 우포늪에서 시인은 그 생명의 꼭지들에 이는 바람과 그들의 언어를 느끼고 있다. 어둠 속에 피어 있는 가시연꽃에도 잴 수 없는 깊은 수렁 속에 타래로 엮여 아름다운 목숨을 이어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에서도 발견되는 그들의 언어와 문장들을 시인은 그 우포늪이라는 바람 도서관에서 찾아 읽고 감동받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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