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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닻 끌리며 방파제와 충돌 기우는 배 돛대 매달려 밤새 사투

윤경보기자
등록일 2013-10-17 02:01 게재일 2013-10-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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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루호 침몰사건 재구성
포항 앞바다에서 침몰해 외국인 선원 9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비운의 청루호. 19명의 선원을 싣고 평택항에서 출발한 파나마 선적 청루15호(8천461t)는 지난 13일 오후 6시5분께 포항영일만항 76선석에 도착했다. 선원들은 다음날 오후 4시30분까지 포항에서 화물 코일 4천600t을 하역했다.

이들은 일본으로 떠나야 했지만 10년여 만에 불어닥친 거센 태풍이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돼 서둘러 길을 떠나지 못했다. 청루호는 결국 영일만항 북방파제에서 900여m 떨어진 해상에서 기다렸다 일본으로 떠나기로 결정했고 14일 오후 6시부터 정박지에 닻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발생한 태풍의 영향은 생각보다 거셌다. 8천t급 청루호는 15일부터 불어닥친 순간 최대 풍속 초속 25m와 파고 6~8m의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를 견디지 못했다.

결국 청루호가 내려놓은 닻은 해저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기 시작했고, 끝내 무게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위험을 감지한 석림빈(46) 선장은 이날 오후 3시40분께 긴급구조를 요청했고, 이들의 긴박한 상황은 포항해양경찰서 상황실에 접수됐다.

이에 포항해경은 1003함 등 경비정 7척과 항공기 1대 등 가용 가능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구조에 나섰다. 기상악화로 선박의 접근에 어려움을 느낀 해경은 122구조대, 동해지방청 특공대, 남해지방청 특수구조대 등 20여명을 투입해 구조를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선박에 있던 19명의 선원들은 선박 앞쪽과 좌·우측에 내려진 닻을 끌어올려 강풍과 높은 파도를 피하려 발버둥쳤지만 서로 꼬여 있던 닻은 올라오지 않았다.

북방파제쪽 300여m까지 끌려간 청루호와 19명의 선원들은 오후 5시46분께 북방파제에 까지 밀려들어 왔다. 그렇게 수차례 방파제와 마주한 청루호의 선미 부분이 북방파제와 크게 부딪혔고 선박의 대부분은 바다에 잠기기 시작했다.

기상악화로 접근이 어려웠던 해경의 고군분투는 해가 지고 나서도 계속됐다. 해경은 19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청루호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써치라이트, 야간열상장비, 항공기 조명탄 발사 등의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이런 노력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청루호에 있던 19명의 선원들은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들 중 일부는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을 시도했고, 나머지는 배에 남기로 했다. 비까지 내려 더 어두웠던 밤바다에 배를 내린 이들을 태운 구명보트는 집채만한 파도와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바다 속으로 모습을 감췄을 것이지만 아무도 마지막을 보진 못했다.

나머지 선원들은 작은 희망에 목숨을 걸고 긴 밤을 보내야 했다. 배에 남아 구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한 이들에게 가을 바다는 가혹했다. 이들은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구명조끼를 입고 서로의 몸에 의지하면서 10여 시간을 버티고 또 버텼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해경들의 눈에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 7명의 선원들만이 돛대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해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은 16일 오전 6시30분께 헬기에서 로프를 내려 7명의 선원을 구조해냈고,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표류하고 있던 선원 1명도 발견해 구조해 냈다.

이렇게 구조된 이들은 무사히 포항에 위치한 병원들로 무사히 옮겨졌다.

한편 해경은 실종된 나머지 2명의 선원들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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