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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잘 해먹는구나

등록일 2013-10-16 02:01 게재일 2013-10-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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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코퍼레이션`이라는 건설회사가 있다. 정부의 주요 대규모 토목사업에서 설계·감리를 대거 수주해서 빠르게 성장한 회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기춘 의원에 제출된 국감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689건의 사업 가운데 485건이 정부로부터 수주한 관급 물량이고, 도급액은 6천억원 규모다. 박 의원은 “정부의 주요 공기업 간부들을 영입해 사실상 `전관예우드림팀`을 만들어 최상의 로비 조건을 조성, 관급공사를 싹쓸이해 온 것”이라 했다.

이 회사는 건설업계가 심한 불경기에 빠졌던 지난 3년간에도 별 동요가 없었고, 특히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이모씨를 영입한 2009년에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215%나 증가했다. 유신은 2008년부터 고위 공무원을 임원으로 영입해왔다. 최근에는 4대강조사평가위원장을 지낸 장 모씨와 감사원 심의관 출신의 양모씨를 영입했다. 불경기를 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에 제출된 국감 자료에 따르면, 퇴직한 경찰 고위 간부의 40%는 사건·사고와 관련 있는 보험업계로, 검찰 간부의 24%는 삼성·SK·KT 등 대기업의 사외이사나 법무실장으로, 금융위원회 고위직 58%는 은행과 증권회사로, 감사원도 금융권 재취업 비율이 34% 정도, 관련 정부 기관과 민간기업 간의 `연결고리`가 형성돼 있어서 끼리끼리 해먹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부기관과 해당 업계의 유착을 불러올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관예우로 이어지면서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게 된다”고 성토했다.

예컨대,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고위공직자가 대기업 임원으로 들어가 로비스트 입장에서 친정의 현직에게 은근히 “우리 회사에 대한 조사를 미뤄달라”고 부탁을 한다면, 현직은 “나도 옷을 벗으면 가야 할 곳은 저기인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관련 정부 기관 출신자에 대해 일정 기간 관련 민간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철저히 시행하고, 위반에 대한 처벌도 엄격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있어서 심사를 하지만 92.7%가 무사통과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보면, 4급이상(감사·조세·건축·토목 등 인허가 부서의 경우 5~7급도 포함) 퇴직 공무원은 직전 5년 간 담당했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기업에 2년 간 취업할 수 없다고 돼 있지만, 이보다 빨리 취업하겠다고 심사를 요청했을 때 통과율이 92.7%, 유명무실한 법규가 됐다. 정부가 정부 공무원을 심사하니 제식구 감싸기가 될 수밖에 없다. 제도를 바꾸고,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조치가 박근혜정부에서 반드시 이뤄져서 우리도 선진국형으로 가야 한다. `김영란 법`도 엄격히 시행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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