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공휴일이 된 이래 영광을 누리던 한글날은 1991년부터 국군의 날과 함께 법정공휴일에서 사라졌다. 너무 잦은 공휴일로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랬다는데 하필 한글날이 그 희생양이 될 게 뭐람, 하는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있었다. 젊은 날, 한글 전용 운동에 관심이 많았을 만큼 그 누구보다 한글에 대한 애정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글에 대한 내 관심은 특별히 그것이 세계 제일의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문자라거나 유네스코 세계 지정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거나 하는 이유와는 상관이 없다. 모든 언어와 문자는 소중하다. 한글만이라는 이유로, 한글이 우수하기 때문에 한글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언어와 문자의 존재 이유는 누가 봐도 분명한데 그 활용은 모국어를 제외하면 대개 사람들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그나마 제 의지대로 부릴 수 있는 언어가 모국어인데, 제 생각과 행동을 맘껏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만하다.
다시 법정공휴일이 된 한글날 아침, 경쟁하듯 각종 포털 사이트 이름이 예쁜 서체의 한글 이름으로 바뀌었다. 기분 좋은 울컥함이 밀려온다. 비록 하루만의 기쁨일지라도 잊히는 것보단 낫다. 한글날은 하루 쉬는 날이 아니라 한글날 자체로 우뚝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저마다 지닌 얼을 맞춤하니 표현할 수 있는 젖줄 같은 글을 지니고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 받을 일인가. 그 젖줄은 당연하거나 무시해도 좋은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위대한 거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