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하게 되었지만, 나 역시 `시네마 천국`은 몇 번 본 영화이다. 영국 탄광촌의 발레 소년 이야기인 `빌리 엘리어트`와 더불어 중고생을 위한 논술용 영화로 자주 활용한 덕분이다. 늙은 영화기사 알프레도와 어린 영화광 토토의 우정, 곁다리로 토토의 첫사랑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영화는 아프지만 따스하고, 가난하지만 사랑스럽다. 삶의 희로애락이 영화라는 거름망을 거치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되, 삶보다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알프레도는 이 사실을 어린 친구 토토에게 깨쳐준다. 영화보다 인생이 훨씬 힘들다고. 첫사랑의 쓰라림도 없이, 경제적 곤궁도 없이 무료한 평화만 계속되는 게 삶이라면 영화 속에서 우리는 위안이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다. 첫사랑에 괴로워하는 토토에게 몸이 무거우면 발자국도 깊은 법이고, 사랑에 빠지면 괴로운 이유는 막다른 골목과 마주치기 때문이라고 일러준다. 화재로 시력을 잃게 되었을 때는 시력을 잃었지만 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게 된다고 긍정한다.
영화는 현실이 아니며, 현실은 그보다 훨씬 혹독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했던 알프레도 덕분에 토토 내면은 윤택해질 수 있었다. 알프레도의 인생철학을 영화관에서 제대로 맛보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재개봉 덕에 `시네마천국`을 되짚어볼 수 있게 됐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