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한 유수한 대학이 총장공모 광고를 신문에 실었다.
지난 20년간 한 분의 총장이 대학을 잘 이끌어 온 대학이지만 이제 세월이 흘러 새로운 총장을 모실때가 된듯하다.
얼마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대학평가회의에 참가해 여러 대학 총장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총장은 “대학에는 교수 숫자만큼의 총장이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총장은 “대학캠퍼스를 재개발하려고 하는데 의견 통합이 되지 않는다”고 힘들어 했다.
이런 말들은 대학의 수장 역할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얼마전 해외에서 영입돼 대학을 개혁하려다가 여러가지 반대에 부딪혀 결국 다시 해외로 떠난 국내유수 과학기술대학의 사례는 국내현실에 대한 이해와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못한 총장의 개혁은 토착화 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또한 대학의 기금을 많이 확보해 대학발전에 혁혁한 공과를 세우고도 연임하지 못한 한 국내 유수대학 총장의 이야기도 역시 총장 역할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대학 총장의 리더십은 일반조직의 리더십과는 달라야 한다.
일반조직은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또한 그러한 관계는 전체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대학은 지식을 생산하고 나누며 후학을 길러내는 장소이며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을 기반으로 한다.
필자는 여름방학 연구차 나가있던 한 독일대학 총장의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사고에 대해 칼럼으로 연재한 바 있다. 그 총장을 이번 싱가포르에서 다시 만나 필자가 쓴 칼럼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전히 그 총장의 인식은 대학의 민주적이고 수평적 운영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사실상 민주적이고 수평적 운영으로 조직을 이끌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장은 물리적인 힘 보다는 덕목에 의해 대학을 이끌어 가야 한다.
우선 대학개혁에는 현실적인 기반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외부에서 영입되는 총장은 내부적 상황과 정서, 그리고 그 대학의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 하는게 중요하다. 물론 개혁을 하려면 기존의 질서들을 무시해야 한다는 이론도 있을수 있다. 그러나 대학은 급격한 변화 보다는 구성원들의 합의점에 기초한 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대학이 지성인들의 자존심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에서 유치되는 총장의 경우 국내에서 그 대학을 위해 노력해온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
외부 중에도 해외에서 초빙되는 총장의 경우는 더 신중해야 한다. 오랫동안의 해외생활로 국내환경이나 국내정서에 어두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적응하는 것을 타협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적응과 타협은 다르다. 적응을 통해서 올바른 정책을 결정하는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들이 열정을 가질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한 열정을 가진 구성원들은 적극 밀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열정에 대한 지원은 전체 구성원을 신나게 만들수 있다. 교수는 연구를, 직원은 업무를 또 학생들은 학업에 전념할수 있는 신나는 캠퍼스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열정에 대한 지원은 구성원의 자율성에 근거해야 한다. 총장이 너무 미시적인 운영을 하며, 조직의 세부사항을 간섭해서는 구성원들을 신나게 하기 힘들다. 열정을 가진 구성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능력의 극대화는 총장이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자세로 부터 출발한다. 더 많이 들어야 한다. 듣는다고 하지만 듣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총장은 대학을 대표해 대학 이미지를 제고하고 기금들 외부의 적극적 후원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임무이다. 대학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대외협력, 국제 협력등을 내부적 역량 및 평가와 연결하는 역할을 총장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대외적으로 활동적이어야 하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구성원들의 외부활동에 도움을 줘야 한다.
참으로 대학총장의 역할은 힘들다. 봄이 오면 출범할 새로운 총장은 이러한 덕목과 리더십으로 대학을 잘 이끌어주길 주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