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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논란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10-02 02:01 게재일 2013-10-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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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관련 공약은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한 마디로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기초연금으로 2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각종 선거 공약이 너무 쉽게 공약(空約)이 되어버리는 현실이기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원칙주의`를 고수하는 박 대통령의 약속만은 믿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임을 인정하게 된 청와대에서 공약 수정을 선언했다. 씁쓸하지만 역시나 하는 맘이 되어 국민들은 참는다. 수정안을 두고 합의를 보지 못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간의 갈등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역시 국민들은 이해하려고 애쓴다.

문제는 공약 수정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성명과는 별도로, 그 수정안 자체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연금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 안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불합리하단다. 우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은 반으로 깎이는 구조이다. 두 연금을 합한 총수령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딱히 손해는 아니라고 해명을 하지만, 총액이 늘어나는 건 내가 낸 국민연금 덕분이지 세금으로 분배되는 기초연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두 번째, 미래 노인이 현재 노인보다 불리한 수령 구조에 있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이나 국민소득을 고려한 국민연금 지급 방식 덕에 두 연금을 합한 절대 수령액은 늘어나겠지만, 기초 연금의 가치는 현재가 미래보다 훨씬 낫다. 기초연금 수령액이 현재 노인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는 미래 수급자에게 국민연금에서 얻을 유예된 이익을 기대하라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와 미래 세대에게 불리한 이러한 구조는 역차별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한 예로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 연금이 깎이니, 다른 노후 대책을 마련한 뒤 기초연금을 최대 금액으로 받고자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될 것임을 전제하는 국민들의 너그러운 정서도 이런 논란에 한몫했으니 누구를 탓하랴. 선거 제도가 있는 한 이런 논란은 끊임없이 생겨날 것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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