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8위의 대학을 만들어낸 한 과학자 총장의 아름다운 도전이 날개가 꺾였다.
과학자들은 모두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세계적인 대학 포스텍이 위치한 포항 지역의 번영과 국가의 발전을 위한 과학자의 역할을 기치로 걸고 이번 포항 남·울릉 지역 재선거에 나선 전 포스텍 총장의 뒤에는 과학자도 정치적인 리더가 될수 있는 풍토를 우리 사회에서 구현하고 싶은 많은 과학자들의 열망이 있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지역 구석구석을 돌면서 과학을 통한 입국, 창조경제에 있어서의 창의성과 과학자의 역할 등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참으로 열성적으로 느껴졌다.
과학자로서 평생을 보내서 선거에는 어설프지만 사무실을 설치하고 플래카드를 걸고 그리고 동료 교수들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시내를 누비며 과학과 창조경제를 통한 지역의 활성화, 국가의 발전을 할수 있다고 설명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유권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호소하는 모습은 선거의 냉정함을 느끼기에 충분했지만 과학입국을 향한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지역의 여러 사회단체에 참여하고 지역방송 등을 통해 지역의 발전을 위해 힘썼던 과거를 부각시키면서 SNS 상에서는 이 과학자에 대한 신선한 충격으로 페이스북의 친구는 수천명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자의 역할을 충분히 알리기엔 기존정치의 벽은 너무 높았다.
물론 다른 후보들도 훌륭하고 존경할만한 분들도 많았지만 한 과학자의 실험적 도전이 날개가 꺾인 것은 안타까움을 줬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꺾이지 않고 지역과 국가를 위해 계속 노력하시기를 주문하고 싶은 마음이다.
혹자는 과학자는 실험실에만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과학자의 역할일까? 과학자는 사회문제, 정치문제에 의견을 낼 수 없는 것인가?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중국의 MIT로 불리우는 중국의 대표적인 이공계대학 칭화대학은 `칭화방`이라고 하여 현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전 주석 후진타오 과거개혁을 주도한 주룽지 총리 등 많은 정치지도자를 배출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계를 이끄는 두 명의 여성지도자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 박사이고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한국 대학에서도 이공계 출신 대학 총장의 비율이 급격히 늘고 최근 대기업 임원들의 전공별 판도가 상경계열에서 이공계열 출신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는 뉴스도 있었다.
그러나 유독 행정, 정치 쪽의 과학자의 진출은 더디어 보인다. 아마도 각종 고시시험으로 보호되고 있는 행정, 정치의 한국적 환경의 특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국가나 사회의 제도도 중요하고 과학자 자신의 준비와 자세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국민적인 인식의 변화일 것이다.
선진국들은 예외없이 과학입국을 했다. 과학자의 역할이 사회구석구석 스며드는 국가들은 여전히 선진국이 됐다.
과학입국의 선진국에서 과학자의 사회적 대우와 인식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그들의 목소리도 크고 사회, 정치에 잘 반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포항 지역의 한 과학자의 좌절된 실험은 참으로 가슴 아파진다.
정치에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함께 하는 것이 정치의 균형발전에 좋다고 생각된다.
모두가 애국자가 될수 있고, 모두가 할 수 있다고 말할 때 과학자들이 지역과 국가의 리더(leader)가 될 수 있다고 선언했다는 그 사실 자체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고 싶다.
한 과학자의 선거 캠페인은 접혔지만 나라와 지역을 위한 과학자의 역할은 계속 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 다른 실험이 계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