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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인호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9-30 02:01 게재일 2013-09-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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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작가가 별세했다. 지병인 침샘암으로 고생하셨다는데, 아직 세상을 뜨기엔 이른 연세라 안타깝기만 하다. 주요 뉴스로 떠오르고, 장례식이 치러지고, 정부에서 은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정작 젊은 층 사이에는 최인호 작가가 누구지,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작가 최인호는 누가 뭐래도 7080세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다. 예를 들면 1983년 한 해, 베스트셀러 목록에`고래사냥`과`깊고 푸른 밤`이 동시에 올랐고, 두 작품은 당시 일인자였던 배창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야말로 전국의 젊은 감수성이 최인호 신드롬으로 수렴되던 한 시절이었다.

`별들의 고향`으로 대표되는 그의 초기 작품들은 도시문학 또는 대중소설을 표방했다. 절망하는 젊음의 책임을 사회에 묻지 않고 개별자 스스로에게 전가하고,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로 여성을 도구화해버린 점은 있었지만 그마저도 최인호표 브랜드가 될 만큼 당대 사회의 감수성을 잘 그린 작가였다. 후기로 갈수록 작가는 통속적 소비문학 대신 문학의 진정성으로 승부를 건다. 장편`상도(商道)`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을 때 3백여만 부가 팔릴 만큼 주인공`임상옥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라고 깨쳐주었고, 작은 이익보다는 의와 도를 따르는 것이 더 큰 이윤이라고 말하는 작가에게 독자들은 무한 신뢰를 보냈던 것이다.

문학의 위상은 옛만 못하고 문학계의 큰별은 자꾸만 사라져간다. 애잔한 마음일랑 작가의 작품을 들춰보는 걸로 대신해야겠다. 샘터사에 장장 36 년간이나 연재했던 연작소설`가족`이 오늘 같은 날 제격이겠다. 작가가 연재를 시작했던 서른의 나이에 네 살이었던, 이제는 또 다른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린 딸 다혜와의 추억은 어찌하고 그리 일찍 가신 걸까. 경쾌하고 청량하던 청년 작가는 곁에 없고, 그의 소설로 위로받던 중년의 독자만 우두커니 남아 애달픈 제 청춘을 소급할 따름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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