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명동 가스폭발사고<BR>이미 예견된 인재 드러나<bR>유사 사각지대 파악 안돼
지난 23일 심야 주택가에서 발생한 대구 대명동 LPG 폭발사고는 이미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LPG 배달업체 사무실은 정식 LP가스판매업소나 가스판매연락사무소 등이 아닌 가스배달원 구모(30)씨가 개인적으로 휴식을 취하다가 가스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인근의 가스판매업소에서 가스통을 가져와 배달하는 공간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 조사결과 간판도 없이 구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이 사무실에서 불에 그슬린 빈 LPG 통 3개 이상과 쇳조각 파편 등이 수거돼 구씨가 불법으로 LPG 통을 보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구씨의 사무실은 규정상 LPG 통을 보관하거나 적재해 둘 수 없는 상황임에도 별다른 제재없이 자유롭게 가스통을 둔 상태였다.
대구 남구청 관계자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와 사용법 등에 따르면 LPG 판매업소는 사무실과 함께 별도의 출입문을 갖춘 용기 보관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LPG 판매업소는 각종 안전사고에 대비해 엄격한 설치와 관리규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씨는 가스판매업소가 아니기 때문에 관할 구청에 별다른 허가나 등록 절차없이 이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었고 관계기관의 점검이나 단속의 손길마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현재 대구지역에는 300여 곳이 넘는 LPG 판매업소가 영업하고 있고 구씨처럼 업소 주변에 자신의 사무실을 두고 가스배달을 하는 배달원이 몇 명이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발사고를 재구성해 보면 평소 7시를 전후해서 문을 닫는 구씨는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된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 경기를 TV를 통해 시청하고 있었다. 프로야구 경기가 끝난 후 퇴근을 준비하던 구씨는 당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사무실 바닥에 임계치에 가깝게 LPG가 차 있는지도 모르고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라이터를 켰거나 전기 스파크 등이 발생하면서 곧바로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그 여파로 옆에 있던 페인트가게의 신나 등으로 불길이 옮겨 붙으면서 2차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허가받은 가스배달업체라면 LPG가 샐 경우를 대비해 반드시 가스감지기를 설치해 사전에 가스가 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예방장치 하나 없는 상태에서 폭발로 이어져 이미 예견된 사고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번 가스폭발 사고 시 내부에 있었던 구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목숨은 건졌지만 마침 순찰을 돌던 경찰관 2명이 사망한 것은 가스폭발 특성상 오픈된 공간에서부터 강하게 터져나가는 폭발 위력 때문으로 알려졌다. 구씨 사무실 앞 은행나무는 당시 폭발로 인해 부러져 폭발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